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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 어린이와 포옹할 수 있습니까?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10.09 15:20 [오마이뉴스 고두환 기자]




'환경을 사랑하자'는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그린 그림, 푸른 지구에서 한국 사람과 태국 사람이 손잡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 고두환


치앙마이 YMCA의 관할 지역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치앙라이. 지난 몇 년간 치앙마이 YMCA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HIV/AIDS' 어린이들의 인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것이 없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 탓에 그들은 무수히 상처받고, 위축되었죠."

치앙마이 YMCA 피페 메니저의 말이다. 그녀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HIV/AIDS' 어린이들 1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치앙라이 Mae ro rai school에서 5일간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번 교육은 '자연을 사랑하자'는 구호아래 라온아띠 - 치앙마이 YMCA - 태국 왕실 환경 관리기구(Royal forest department)에서 주관하여 Mae ro rai school 66명의(초등학교 4학년 ~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들 중 'HIV/AIDS' 어린이들도 섞여 있었다.

"신체적으로 접촉하거나, 침이 튄다고 해서 'HIV/AIDS'에 감염되지는 않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들을 인생의 낙오자나 큰 죄인으로 매도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겠지. 이 아이들도 그런 부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대. 차별 없이 재미있게 생활하다 오는 것이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거야."



아이들과 함께 이인삼각을 하는 모습,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하고 어울릴 수 있었다. ⓒ 고두환
학교에 들어오기 전 날, 팀원들과 이런 생각을 공유하며 마음을 다졌지만 평범한 한국의 대학생으로 살아온 우리들이 얼마만큼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이런 부분이 걱정됐는지 떠나기 전 치앙마이 YMCA 페차린 사무총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아이들이 학교라는 사회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엔 죽어도 안 된다는 학부모를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학교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어요.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들이 우리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서서히 사람들이 그 아이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지금 이 학교의 공존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요."



캠프가 끝나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는 길, 해가 질무렵까지 우리들의 곁을 서성이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 고두환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치앙마이 YMCA가 추진하면서 우리와 함께 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며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처음 보는 날, 66명의 아이들이 모두 똑같은 옷(태국은 학생들은 요일마다 다른 교복을 입는다)에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으니 'HIV/AIDS'에 대해 생각하기는커녕 인사하고 활동하기에 바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그들이 이 속에서 같은 모습으로 호흡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과의 캠프는 자연스러운 신체접촉과 스킨십을 필요로 한다. '
지구온난화'를 몸소 체험하는 놀이에서는 모두가 큰 원을 만들고, 좁히고 좁혀 들어서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열이 대기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형상으로 오랜 시간 있었어야 했다.

학교 뒤뜰에 나무를 심을 때는 땀이 범벅이 된 채 서로가 서로의 몸에 부딪히고, 때론 침을 튀기며 활동해야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활동을 하는데 아이들이 서로 간의 장벽 없이 생활하고, 우리 역시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이런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마을에서 머무르는 마지막날 밤, 온 동네 사람들이 열어준 잔치에서 전통춤을 보여준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탈춤을 추었다. ⓒ 고두환
우선 Mae ro rai school 주변 마을들의 공동체적 의식이 높은 것이 큰 이유인 듯 싶었다. 우리가 돌아오는 날, 온 동네 사람들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잔치 준비를 한 후, 잔치를 열어주고 마을의 가장 연장자가 1시간여 이상 기도문을 외우고, 의식을 거행하면서 우리의 무사 안녕을 기원해주었다. 그리고 마을 아이들 모두 전통의상을 입고 공연을 하였고, 마을 어른들 모두 잔치에 참석해서 우리의 손을 쓰다듬고 고마움을 표했다.

거기에 'HIV/AIDS'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기위한 치앙마이 YMCA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HIV/AIDS'에 대한 교육을 치앙라이 지방정부(Local goverment)와 연계해서 진행했다.

일단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약 같은 제반사항들을 항상 제공해주었다. 거기에 치앙마이 YMCA 스태프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고 생활하면서 'HIV/AIDS'는 관리와 예방만 잘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는 병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게 주요했다.



아이들과 학교 뒤뜰에 나무를 심고나서 찍은 사진. ⓒ 고두환

학교 근처에 잘 우거진 숲을 체험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틀간의 캠프는 끝이 났지만 우리는 15명의 'HIV/AIDS' 아이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가 후진국이자 우리보다 못살 것 같다고 느끼는 태국의 이상적인 공존형태에 말 그대로 물들고 살아갈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을 뿐이다.

한국에서 'HIV/AIDS'에 대해 언급했던 <
너는 내운명 > 이라는 영화가 비판받았던 건 "'HIV/AIDS' 보균자에 대한 산파만 있지, 실제 그들의 삶 자체가 조명받진 못했다"는 이유였다.

우리의 짧디 짧은 경험으로 그들의 삶에 말 한 마디를 보태 본다면 그들의 삶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색안경만 끼고, 잘못된 차별로 매도하지 않는다면.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는 법을 모색하는 태국 사회에서 현재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 원문출처: http://media.daum.net/politics/north/view.html?cateid=1019&newsid=20081009152006838&p=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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