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기업 알리는 민간사절단 글로벌 청년 봉사단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4학년 장민지(23)씨는 요즘 월·수·금요일마다 해외 자원봉사를 위한 온라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회의가 없는 날에도 그다음 회의 때까지 자신이 맡은 역할의 해야 할 일들을 진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민지씨는 오는 18일 중국으로 떠나는 SK텔레콤의 대학생 해외 봉사단 '글로벌 써니(Global Sunny)'의 일원으로, 이 자원봉사단은 모두 하나씩 역할을 가지고 있다. 팀장, 부팀장 말고도 기획팀, 홍보팀, 교육팀, 공연팀, 물품팀 등 해외 봉사활동의 A부터 Z까지 대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한다.
민지씨는 전공을 살려 홍보팀을 맡고 있다. 봉사팀 티셔츠 디자인과 제작에서부터, 중국인들에게 글로벌 써니를 소개하는 홍보자료까지 또 다른 봉사자 송나라(전남대 생활환경복지과·22)씨와 함께 담당한다. 중국 현지의 지인을 통해 중국 어린이들이 요즘 어떤 걸 좋아하는지, 어떤 걸 가장 필요로 하는지 등 틈틈이 현지 사정도 체크한다. 민지씨는 "처음에는 인턴·아르바이트 자리도 알아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학 시절 마지막 방학이니만큼 보람 있고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미 몽골, 중국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경험이 있는 민지씨는 "항상 주러 가서는 받고만 왔는데, 이번엔 정말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가득 주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민지씨가 이번 여름에 참여하는 '글로벌 써니'는 지난 2004년부터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 태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2008년부터는 중국 베이징과 쓰촨성 지역에 집중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두대학교 등 현지 대학생들과 함께 일대일 파트너를 이루어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독특하다. 이런 글로벌 대학생 봉사단은 SK텔레콤의 '글로벌 써니', 포스코의 '비욘드(Beyond)', 현대기아차그룹의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 봉사단'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과 YMCA가 함께 운영하는 대학생 해외 봉사단 '라온아띠'처럼 5개월 동안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프로그램도 있다.
해외 봉사활동을 경험한 대학생들은 '뭔가를 주고,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배우고, 얻는 시간'이었단다. 'KB-YMCA 라온아띠'로 필리핀에서 유치원생들에게 영어, 수학을 가르쳤던 이민하(24)씨는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했다.
"가난한 아이들이라 간식을 싸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금이라도 나눠 먹도록 가르쳤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빈손으로 수업을 들어가자 아이들이 자기 간식을 조금씩 나눠주는 거예요. 간식이라고 해봤자 조그마한 과자 부스러기를 싸오는 게 전부였는데, 그걸 다시 저한테 나눠준 거죠."
필리핀 말로바고 데이 케어 센터를 떠올리며 민하씨는 "나눔이란 게 거창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내가 가진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고 함께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봉사기간 동안 태국 현지 가정에서 홈스테이했던 오서현(24)씨는 "편견과 마음의 벽, 경계를 깨는 기회였다"고 했다. 글로벌 써니를 통해 중국 쓰촨성에서 봉사했던 신승환(27)씨는 "예전엔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하나씩 눈에, 마음에 들어온다"고 고백했다. 다들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한층 어른이 되었다.
SK텔레콤의 유항제(45) 팀장은 글로벌 대학생 봉사 활동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미래의 주역인 대학생들과 함께 기업의 철학과 사회적 책임 정신을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의 기업 브랜드 제고, 지역사회와의 긍정적 관계 형성 등 기업의 현지화 전략으로도 유익하고, 기업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까지 제고하는 민간문화사절단"이라고 유 팀장은 덧붙였다. 올 하반기부터는 중국에도 대학생 봉사단 '비써니(Be Sunny)'가 생겨 중국 대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홍공표(51) 사회협력지원부장 역시 "지속적인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실질적 기여도 하고,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문화를 나누는 민간외교 역할도 수행한다"며 "이러한 봉사활동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빵갈렌간 지역의 워원(27)씨에게는 자신의 집을 지어주려 멀리서 온 한국 대학생들이 '세상에서 처음 본 한국인'이었다. 바로 포스코 대학생 봉사단 비욘드였다.
"처음엔 무거운 것도 나르고, 시멘트도 만지는 한국 여학생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는 그는 "이렇게 집을 지어주러 멀리까지 오셨는데 해 줄 게 없어 미안하다"고 편지까지 전했다고 한다. '언어는 다르지만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워원씨 말처럼 한국 기업과 대학생들은 세계 이곳저곳에서 따뜻한 한국을 알리고 있었다. 쓰촨성 통지현 행복소학교의 양촨(42) 교장은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하면서, "방학마다 한국에서 대학생 봉사단이 찾아와 준 덕에 우리 지역은 따뜻한 손길의 외국인 친구들을 통해 용기를 다시 얻게 되었다"고 기쁨과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해외 봉사활동을 체험했던 대학생들에게 이번 여름에 떠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선배들은 한목소리로 '친구가 되라'고 했다.
"도와준다는 마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도와준다는 마음은 어찌 보면 내가 좀 더 위에 있다는 것이 깔려있잖아요. 그게 아니라 그저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게 봉사인 거 같아요." 같은 눈높이에서 때로는 돕고 때로는 도움도 받으며 함께 나누고 사는 게 진짜 나눔이더라는 라온아띠 단원 오서현씨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해외봉사 선배가 전하는 이것만은 꼭!
1. 눈높이를 맞추세요.
더 나은 입장, 더 높은 위치가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동등하게.
2.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문화와 생활방식의 차이는 '가르칠 대상' 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체험할 기회'.
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열린 마음과 여유를 갖고 즐겁게.
4.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다 통해요.
언어가 다르다고 움츠러들지 마세요. 먼저 손내밀고 먼저 웃으며 다가가세요.
5. 한 발짝 양보하고 한 번 더 참아요.
봉사기간 동안 팀원들과 생활할 때, 먼저 양보하고 먼저 배려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