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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아띠 봉사단 인터뷰
단순한 영어 교육보다 꿈과 희망 전달하는 봉사단 역할 필요
현장에서 느낀 고민 귀국해서도 잊지 말아야
지난 5월 22일 늦은 저녁, 6개월간 국내외 현장에서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하고 돌아온 5명의 '라온아띠' 단원을 만났다.
이들이 해외봉사단에 지원한 이유는 모두 달랐다. 파견된 시기도, 지역도 달랐다. 그러나 '보다 의미 있는 자원봉사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깊이 고민하는 모습은 5명 모두 똑같이 닮아 있었다.
▲KB-YMCA가 아시아로 파견한‘라온아띠’청년 봉사단원들은‘선의가 항상 선행이 될 수 없다’며
해외 청년봉사자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2010년 4기 '라온아띠' 단원으로 스리랑카를 다녀온 정동민씨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장에서 중요한 건 '봉사'가 아니라 '교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 '라온아띠' 단체 티에 태극기가 없는 게 너무 좋았어요. 주민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며 궁금해하고 말을 걸면서, 서로 소통이 가능해지더라고요. 주민들이 태극기를 '너와 나는 다르다'라는 걸 표현하는 장벽처럼 느꼈데요. 작은 배려 하나로 교류가 가능해졌습니다."
2기 박선하씨는 '라온아띠' 단원으로 활동한 6개월이 청년 해외봉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태국의 오지 마을 판자촌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러 갔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들다 보니 영어 공부가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이곳에서 나의 역할은 뭘까' '우리가 파견 올 비용을 현지 인력 양성에 쓰는 게 오히려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5개월 동안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꿈을 찾아갔고,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면서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어요. '영어 교사'란 역할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찾도록, 다른 세계에서 겪은 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들에겐 꼭 필요한 일이었어요."
이들은 귀국 후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6기 정동수씨는 "국내에서 한 달 동안 지역 풀뿌리 단체 실무자들의 일을 도우면서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 정말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란 걸 깨달았어요. 저희 아버지가 '한살림'이란 생활협동조합에 친환경 먹을거리를 생산, 직거래하는 일을 맡아 하시는데요. 그전까진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잘 몰랐어요. 귀국 후 생협이 무엇이고, 지역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 무엇인지 아버지와 함께 비전을 나누고 소통하게 됐습니다."
3기 이영림씨는 필리핀에서 귀국한 뒤, 격주로 '라온아띠' 단원들과 모여 해외봉사의 대안을 찾는 소모임을 2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해외 봉사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후배 단원들을 위해, 또 더 나은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찾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청년 해외봉사의 주체는 바로 '청년'이니까요."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동일했다. 선의가 반드시 선행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나의 목적을 위해 누군가가 수단이 되고 있진 않은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기 이지윤씨는 "마음껏 사랑하고 충분히 사랑받고 돌아오라"는 따뜻한 조언과 함께 "현장에서 했던 고민을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하는 것이 청년봉사단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덧붙였다.
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blosso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