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y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환경 캠페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코디네이터가 소포 꾸러미 하나를 가지고 와서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라온아띠 코리아 팀 앞으로 한국에서부터 소포가 왔다"고. 우리팀 모두는 궁금해 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보내줄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구지?' 그러나 뜯는 순간 전 누군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짜파게티 다섯 봉지와 멤버 모두에게 쓴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 소포는 라온아띠 1기 스리랑카 친구 중 한명인 기쁨이가 보내 준 것이었습니다. 스리랑카에 와서도 궁금한 점이 있거나 생각이 나면 종종 연락을 하곤 했는데 한번은 전화통화를 하다가 농담으로 짜파게티 좀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지나가는 말로 던진 말인데 그 친구는 짜파게티가 그리울거라며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농담인거 알겠지하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렇게 보내줄 줄이야. 모든 멤버들은 오랜만에 만난 한국의 맛과 인심 덕분에 훈훈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저녁, 코디네이터와 함께 집에서 함께 짜파게티를 끓여먹었습니다. 비록 짜파게티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기쁨이가 보내 준 마음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해지고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멤버 모두 기쁨이가 정성들여 써 준 각기 다른 내용의 편지를 보며 그 관심에 기뻐했습니다. 편지를 통해 우리의 근황, 자신들이 심었던 망고 나무, y 스텝들의 안부와 그들의 경사를 다 기억하여 묻는 것을 보며 스리랑카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현지에서는 "타리카(기쁨)"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합니다.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 의해 회고되는 것처럼 y에 남은 자료들을 통해 생활 당시에도 얼마나 열정적으로 모든 일에 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현지어 공부를 한 노트를 봤을 때는 그 열정이 그대로 느껴져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스스로를 부끄럽게 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도 한국에서 꾸준히 싱할라어를 공부하고 있고 아이들과 편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남은 시간의 마무리와 앞으로의 본인 행보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과연 나는 현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한국에 돌아가서도 후속 멤버들에 대해 관심을 꾸준히 쏟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깨달은 것들을 발판 삼아 더욱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을.
이제 스리랑카에서의 생활도 채 한 달이 남지 않았습니다.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는 법이지만 저는 여기서 마주쳤던 사람들을 언젠가는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헤어짐? 전 그런 것은 것은 믿지 않습니다. 비록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드넓은 세상, 이 우주 속에서 어떻게든 마음을 전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을 준비하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헤어짐 이후에도 어떻게 서로의 소중한 추억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유지 하냐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웃으며 만날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 ^^
짜파게티 다섯 봉지와 우편료보다도 비싼 소포비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기쁨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저도 라온아띠가 끝나면 기쁨이를 본 받아 3기 친구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싶네요.
기쁨아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