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우리 8월 4일 한국 가요.
다음주 금요일 마지막이에요.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칠판에 이렇게 적었다. 어쩌다보니 '마지막'이라는 글자 빼곤 수업시간에 가르쳐 주었던 단어들이었다. 한자한자 되뇌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새로이 알려주었더니 희곤(18), 세민(16) 두 형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을까? 미안했다.
그 다음날, Children's club 아이들과의 마지막 시간.
반나절 함께 놀다가 끝날 무렵, 그동안의 모습을 담은 소식지와 즉석사진을 찍어 나눠주는데,
아까 짝피구할 땐 피도 눈물도 없어보이던 씩씩한 우리 아이들이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또 미안해졌다.
난 하나도 안 슬픈데, 아이들은 슬픈가보다.
난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는데, 아이들은 우리가 좋은 친구였나보다.
헤어짐이 아쉬워서이기보다는, 아이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에, 그리고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다.
초등학교 2학년, 좋아하던 선생님이 전근 가시던 날.
초등학교 4학년, 전학 가던 날.
초등학교 6학년, 친한 친구들과 다른 중학교 배정받던 날.
나에게 몇번 안되는 헤어짐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어딜가나 항상 손님이었던 우리 5명.
"기힝엔낭"(안녕히계세요)을 자주 쓰다보니 가끔가다 "기힝엔너"(안녕히가세요)를 써야할 때도 "기힝엔낭"이 툭 튀어나온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쓰지 않는 단어, 기힝엔낭.
이제 그 가까운 사람에게 이 잔인한 말을 해야할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