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어린 시절에 나는 하늘 보는 걸 좋아했다.
맑은 가을 하늘이 좋았고, 몽실몽실 구름이 떠다니는 봄 하늘도 좋았고, 밤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이 좋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하늘을 바라볼 여유도 없이 팍팍한 일상에 지쳐 내가 걷고 있는 길만 바라보고 있었다.
태국에 와서 얻은 소소한 행복 중 하나는 하늘을 감상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아름다운 하늘을 보면서 내 마음도 너그러워 졌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하늘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면 그 넓은 하늘이 빌딩에, 전기 줄에 걸려서 오롯이 하늘만 담지 못한다. 그리고 하늘 색이 여러 가지라는 느끼기도 전에 저녁에서 밤이 되는 시간이 짧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하늘 색깔이 우리가 기본적으로 떠올리는 SKY BLUE, 분홍색, 주황색, 하얀색, 파란색, 남색, 검은색 등등 많은 색깔의 하늘을 볼 수 있고, 저녁이나 새벽에는 색색 별로 그라데이션 만들어진다.
이 곳 하늘이 높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가가면 어느 샌가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워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오롯이 하늘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늘이 둥글다는 느낌. 그 느낌이 좋아 난 오늘도 하늘을 바라 보며 꿈을 꾼다.
자전거
내가 하늘을 찍은 사진 대부분은 자전거 타고 출사 나가서 찍은 사진들이다.
주위에서 나보고 자전거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시간 날 때 마다 자전거를 또 타고 또 탔다.
한국에서는 자전거 타려고 몇 번 시도가 있었는데 탈 기회도 없었고 번번히 넘어져서 제대로 타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 배울 때 y앞마당에서만 조심조심 탔고, 그 다음엔 사원 주위를... 지금은 자전거로 한 시간 거리까지도 쌩쌩 달린다.
처음 가는 길에 대한 무서움, 혹시나 사고 날까봐 하는 두려움은 자전거를 타면 탈 수록 사라졌고, 모르는 곳은 헤집고 다니면서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게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러나 넘어져도 겁 없이 돌아 다니는 나를 하늘에서 벌을 준건지.
얼마 전에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가 생겼다.
평소, 교차되는 지점에서는 항상 자전거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고 건너가는 편이다.
그런데 그 날은 갑자기 미친개 세 마리가 쫓아왔다. 다른 때는 조금 쫓아 오다가 마는데.. 내가 죽을 힘들 다해 밟는데도 개들이 계속 쫓아왔다.
그리고 골목을 꺾을 때...
(그 당시 상황이 또렷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멈췄는지 아니면 바로 핸들을 돌렸는지 모르겠다. 맞은편에 오토바이가 오고 있었고 내 다리가 살짝 오토바이에 치였고 난 무의식 중에 자전거를 밀쳐내서 나는 서 있었고 자전거는 길 한복판에서 널브러져 있었다.
다행히 다리에 피 멍이 좀 들긴 했지만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쓰러져 있는 자전거를 보면서 인생 ‘한 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 하얗게 굳어져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오토바이 주인을 포함해 바로 앞 슈퍼 사람들도 나와서 괜찮냐고 물어봤고, 나는 “마인뺀라이카(괜찮아요)”를 외치며 자전거를 질질 끌고 y로 돌아 왔다.
그 이후 무모하게 돌아다닌 점을 반성하고 있고, 한동안 자전거를 안 타기로 나 혼자서 근신하고 있다.
자전거를 탈 때의 해방감.
라온아띠라는 이름으로, YMCA라는 이름으로, 까올리(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가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답답한 마음이 생길 때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기분이 좋아서 계속 타고 또 타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주위 풍경을 좀 더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니깐...(너무 타서 인지 다리가 더 근육질에 굵어 지고 있지만..ㅠ_ㅠ)
자전거를 탈 때 가끔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거리의 예쁜 풍경,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미소 짓는 사람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것들.
태국에서
난 관찰자 시점으로 이 나라를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이 아니라 이 나라의 밝은 면을 느끼며 더욱 행복해 지고, 어두우면을 보며 같이 가슴 아파하고 싶다.
여기서 대단한 무언가를 하고 바꾸려는 시도 보다는 이 나라를 느끼고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을 바라 보며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볼수록 못난 나를 챙겨주는 고마운 우리 팀원들.
그리고 태국에서 만난 사람 y스텝, 유스 리더, 캠프 아가들, 지나갈 때 방긋 인사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
태국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
자연이 아름다워서 그걸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역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가 아닐까.
하루하루를 감사 하고 있다.
요즘 축축 쳐 지고 처음과 달리 의욕도 많이 없어진 나를 발견 할 때가 있는데,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