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기대하고 이 곳에 왔는가? 내가 지금 여기 왜 있는가?
이 곳 캄보디아 시엠립에 온 지 어느새 3개월이 다 되었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인 것 같다(진부한 대답을 제외한다면).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느끼고 싶어서 왔을까. 어떤 아름다움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녹아들어 앞으로의 삶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까. 어떤 아름다움이 이 곳-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동글동글하게 남게 될까.
밥퍼 센터에서의 일과는 전에 기록한 바가 있다. 그 외 주요 활동은 전부 교육인데, 하나는 센터에서 월,수,금요일에 하는 오후 교육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를 비롯, 여은이와 지훈오빠는 영어를, 가영이는 미술을, 대규오빠는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5월 18일부터 새로운 텀이 시작되어 약 한달여 간의 교육을 진행 중에 있다.
어쨌거나 매일 밥퍼 센터에서도 보고 교육 때에도 보니, 센터 근처에 사는 아이들과는 엄청 많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가까워짐이 언제나 행복한 시간만 선사하지는 않는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거라 생각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그 사람에 대해 더 큰 기대를 하게 되고 이는 자칫 오해라도 생길 경우 보다 큰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작은 사건이 있었다. 장황하게 설명하긴 길다. 하나는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아이들이 갑자기 배우지 않겠다고(표면적인 이유는 '엇미은 로이(돈이 없다)'라는 것이다-배우는 것에 일종의 책임감을 갖게 하기 위해 한 텀에 1$(한국어,영어)를 지불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자선단체 소속으로서 돈에 대한 부분을 다루기는 참 힘들다-) 하며 내게 다소 무례하게 행동했던 것이다.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모습에 난 꽤 놀랐었고 그 사건은 여태까지의 캄보디아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되어 있다. 또 한 사건은 다른 팀원의 돈이 도난된 사건이었다. 그리 큰 돈은 아니라 했지만 문제는 이 팀원이 가르치는 반 아이들 중 한 명(또는 몇 명)의 소행이라는 것이었다. 이 팀원 또한 이 상황에 무척 힘들어 했다. 어쩌다보니 사건은 다 돈과 관련이 있지만 우리가 실망한 것은 다름아닌 '사람'에, 그의 행동에 관한 것이었다.
이 곳 사람들의 순수한 미소와 맑고 높은 하늘.. 캄보디아를 처음 알았을 때 덮였던 콩깍지(?)와 같은 이런 아름다움들은 순간 아웃오브 안중이 되어버렸다. 시선은 국경이나 언어가 아닌 '사람'과 '사람'에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면서도 '오. 이제야 좀 이 아이들과 친해진 것 같군. 이제야 내가 이 곳에 조금이나마 속한 것 같다.' 하는 오묘한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일상에 희노애락이 있는 한, 이들과 함께일 때에도 희노애락이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곳에서 서로를 뭉클하게 할 아름다움은 귀국하는 그 날까지 계속 찾고 또 찾겠지만, 너무 친근해서 혹은 편해서 느끼는 이 아름다움도 오랜동안 기억되지 않을까.
+ <사진 이야기>
△ 한국어 수업 칠판- 크마에를 이용하면 훨씬 수월하게 이해한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힘들어진다. 때론 괜한 것을 가르쳐 학생들에게 혼란만 자아내기도
한다(오른쪽 아래..-_-;).
△ 꼬마아이들은 언제나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
△ 5월 22일, 프놈펜 밥퍼 센터 근처 마을- 프놈펜 밥퍼센터 근처에 위치한 언동마을은
시엠립의 마을보다 훨씬 더 열악한 곳이다. 보는 나 조차 마음이 좋지 않았으나
아이들의 웃음은 오히려 그런 나를 위로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