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에서 온 편지 - 단상(斷想) 3
09년 6월 15일
제목 : 4시까지 와!
- 나는 이 곳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 ‘테라산타’마을에 위치한 YMCA 센터에서 팀원들과 함께 일주일에 세 번 영어를 핑계?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의 미숙함 인지 처음에는 교실을 꽉 채운 아이들이 하나 둘 안 보이더니 어제는 센터에 있는 아이들은 둘 뿐인 것이다. 아이에게 “친구들은 어디 있니?”하고 물으니 대답 대신 친구들을 데리러 다녀 온 단다. 옆에 있던 친구도 같이 간단다. 나는 좋다고 했다. 그리고 선생님답게? 4시에 수업이 시작하니 늦지 말고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 사이 안 보이던 아이들 몇몇이 왔고, 4시에 예정된 수업은 시작됐다. 나는 수업 준비로 보낸 아이들의 존재를 까마득히 잃어 버렸다. 한 시간 수업의 반이 지났을 쯤 아이들은 약속을 지켰고, 친구를 데리고 왔다.
이런 .... ㅠㅠ;
하지만 나는 우리가 교실 안의 또 다른 아이들과 정한 규칙이 있는 지라 아이들에게 교실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 하지 않았다.
나는 지극히 내가 가진 시간의 개념과 상식의 잣대를 아이들에게 들이 밀었고 끝끝내 고수하였다.
아이에게 많이 미안했고, 자책감도 들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와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 나는 무엇을 아이들과 함께 한다고 하고 있는 것 인가? 그들은 이해하겠다고 상대적인 사고를 하겠다고 무수히 기억하고 다짐하지만 난 여전히 순간순간 너무나 단순하게 그들에 아픈 상처를 주는 것 같다. 단순한 실수라고 치부하며 너무 쉽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