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 Essay # 10 시간은 많은데 바쁘다고 생각될 때…
(2009.4.4 와이트리)
인도에 와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시간의 속도를 오롯이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지구에 사는 생명체에게는 모두 24시간의 공평한 시간이 주어지는데, 요즘처럼 하루 24시간을 여실히 느낀 적이 없다.
아침 8시에 늦은 기상을 시작으로 하루가 시작되면, 보통 점심을 먹고 난 뒤인 2~3시쯤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시간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왠지 나는 이때가 가장 바쁘게 느껴진다. 밥을 먹으면서는 책을 읽어야 겠다거나, 스도쿠를 해야지 생각하게 되고, 스도쿠를 하다가 지겨워지면 밀린 빨래를 해야겠다는 보통의 생각을 하게 된다. 빨래를 하려니 물이 안나와서 바케스를 들고 물을 받으러가고, 물을 아끼고 아껴 밀린 빨래를 하고나면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보면 저녁때가 얼추 되간다.
한국이었더라면 집에서 한가롭게 앉아서 스도쿠를 한다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빨래는 빨래통에 쳐박으면 되는 일이다. 이곳에서는 내가 단순하게 싫다고 생각했던 것, 혹은 내가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일들이 소소하고 재밌는 일상이 된다. 내가 지금 당장 한국에 돌아간다고 해서 빨래를 내 손으로 하고, 스도쿠를 하면서 보람차다거나 재밌다는 생각은 아마도 안할테지만..
이곳이 인도이기 때문에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좋다. 이런 마음에는 내심 내가 소박하고 작은 것에 만족한다거나, 여유로워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이럴 수 있다는 것이 뭔가 대단하게 칭찬해주고 싶어져서 흐뭇하기도하고. 여기서 살게 된다면 지금같은 소소한 일상이 지겨운 일상이 되겠지? 아, 흘러가는 시간이 벌써부터 아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