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 Essay # 14 사람은 누구나 둥근 하늘 밑에 산다.
‘사람은 누구나 둥근 하늘 밑에 산다.’
20살 싱가포르로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여행 중에 만난 한국인 여행객이 내게 했던 말이다. 그때는 그냥 뭐 그럴듯한 말이네라고 넘겼던 말이 오늘은 자꾸만 입속에 맴도는 건 왜일까.
여태껏 나는 외국인에 대한 진한 환상과 동경을 가졌다. 이를테면 인도사람들은 언제나 인자한 미소를 매순간 날리면 'no probleum'을 날릴 줄 알았고, 힌두라면 소고기는 절대(여기서 절대는 정말 naver 절대!) 먹지 않고, 소고기 먹는 사람을 꺼려할 줄 알았다. 어디까지나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이다.
언제나 현실은 그렇듯이 내 생각을 빗겨 가주셨다. 비록 두 달 정도지만 이곳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은 것은 나와 현지인의 차이는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만 다를 뿐 우리 모두는 거의 흡사한 감정들을 느끼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여행객이 아닌 이들의 파트너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놀라운 감정교류 속에 내 안의 새로운 나를 깨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를 테면 현지인에게 마음 상한 일을 겪게 되거나, 현지인에게 삐치거나 장난을 걸거나 화를 내거나 할 때의 내 모습은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내게 막연한 환상을 갖게 했던 역사책 속 숱한 단어로 상징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내 마음은 어릴 적 산타할아버지가 있으리라고 굳게 믿다가 그것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성탄절에 선물을 주는 것은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마음이다. 실망과 위로를 함께 받았을 때의 그 마음이랄까. 나는 인도에 대한 부풀었던 환상은 잃었지만 이제는 정말 그들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이 곳 사람들에게 매일같이 안부를 문고, 장난을 치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겠지. 그래 그게 바로 지금 내가 인도 하늘 밑에 산다는 거지.
(덫붙이기. 인도 남부만 그런지는 몰라도 이곳의 힌두(정확이 샘플은 우메쉬와 아르차나 2개뿐이지만)인들은 소고기를 먹기도 한다. 소고기도 ‘no problem’이라고 하던데 급변하는 세상에는 힌두신도 어쩔 수가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