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 제일 중요한 것?
해외봉사로 휴학을 한다 했을 때 담당 교수님께서 했던 단 한마디, ‘지금 네가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 좀 해 보아라!’
대부분이 다 그럴 것이라 믿지는 않지만 미대에서 봉사활동이라 하면 벽화 활동 이외에는 글쎄.. 개인 과제작품이라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다보면 그 외에 것을 하기엔 버거워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도 많은 고민을 했었다. 장기간 봉사활동 보다는 새로운 그림과 미술 분야의 경험을 키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시간낭비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되었었다. 하지만 그림만 그리며 과실에 처박혀 있다가 졸업하는 대학생활은 더욱이 끔찍했다. 또한 그림도 내가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그림이 아닌 정형화되고 그저 다른 사람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하는 그림, 어떻게 해서든 시간 안에 완성만 하면 되는 그림, 그 모든 것이 지루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항상 미술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동경해 왔고, 그러한 면에서 ‘라온아띠’ 또한 매력적으로 보였다.
다른 지역, 다른 전공 그렇게 5명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구미 그리고 말레이시아 이 생활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아니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정말 소중한 세 가지를 배웠다.
첫 번째는 마을의 힘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 김포 훈련에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강의를 듣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구미의 아이들, 말레이시아의 deaf아이들과 베다니 홈의 정신지체아 아이들을 경험하면서 알 수가 있었다. 마을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베다니 홈 아이들을 보면서 처음엔 한국에서도 접해 보지 않은 정신지체 아동들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그런 나의 편견을 확실하게 깨 주었다. 오히려 베다니 홈의 주변 환경과 시선은 일반 아동들 대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장애가 있기에 더욱더 신경을 써주는 어른들 속에서 자란 아이들을 보면, 비 장애의 아이들 보다 질서도 잘 지키고 기다릴 줄도 알고, 밝고 꾸밈이 없었다. 또한 아침마다 나를 보며 웃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아이들. 누군가 나를 향해 웃어준다는 것, 그런 아이들을 보면 아침부터 나도 뜻도 없이 웃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를 웃으면서 시작한다는 자체가 너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과연 한국에서 누가 나에게 아침부터 웃으며 반갑게 맞아 줄까?
두 번째는 말레이시아 팀 이다.
다르다. 정말 다르다 그래서 너무 배울 점이 많았다. 배울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인가? 어떤 날은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그러면서도 저런 점은 꼭 배우자!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자! 라고 생각 한 무수한 것들 중 두 가지를 뽑자면, 노력과 끝을 본다는 점.
말레이어, 한국가면 과연 누가 알아줄까? 수화, 돌아가면 농아인이나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팀원들은 수업 내내 열정을 보였고, 숙소로 돌아가면 그날을 복습하면서 한국에서도 하지 않은 복습을 나도 하게 되었다. 또한 이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아이들과 수업에 임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우리팀원들은 꿋꿋이 참고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끝까지 수업에 임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팀원을 보고 따라하니 내 생활이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고 이런 다른 생활이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난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러한 배울 점을 팀원은 가지고 있기에 난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행복을 배웠다.
행복을 배웠다 보단 느꼈다. 그것도 그림을 그리면서. 정말 미대라면 이런 활동 추천해 주고 싶다.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지만, 말레이시아는 교육이 위주 여서 그런지 그림 그릴 일이 많았다. 그리고 매번 그리는 그림마다 좋아해 주고 더 그려달라고 부탁받고 다음 그림이 기대 된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나의 그림으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만들 줄 상상도 못했다.
한국에선 그림을 그리면서 이걸 그려 나중에 뭘 하나 점수나 잘 받을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걱정만 했지, 그림을 즐길 줄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선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그리면 웃어주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덩달아 신이 나서 그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 그림이 일취월장 나아진 것도 아니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들 숱하게 많을 것이다. 아니 많다.
하지만 난 이제 이런 것에 겁나지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걱정이 태산 이였겠지만)난 그림을 즐겼고, 내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점수라는 결과물 보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즐거움 이였다. 그러한 심리적 변화 이외에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그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꿈도 생겼고 ‘할 수 있다!’ 라는 용기도 생겼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생활은 나에겐 한마디로 상상화 같다.
정해진 것 없이 상상한 이상을 표현한 그림. 그 안에는 걱정 없이 웃고 있는 아이들 내 그림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 든든한 팀원들 그렇게 꾸며진 말레이시아라는 마을. 이런 마을에 와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