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마지막 이야기 

   지난 5개월은 너무 짧았다. 그렇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5개월이 딱 적당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뭐든지 아쉬울 때가 가장 좋은 법이니까. 나는 타지 생활을 자주해서 라온아띠 생활에 전혀 걱정이 없었다. 사실은 엄청 자신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그전에 와보기도 했고 어딜 가도 나는 적응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편한 사람이라 4명의 팀원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자신감을 더욱 북돋아 주었다. 그만큼 편한 마음으로 말레이시아에 왔고 무조건 즐기자 라는 마음만 가지고 왔다. 그런 마음만 가지고 왔던 나에게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즐겁지만은 않았던 때도 많았다. 그래도 지난 5개월을 돌이켜 보면 한순간 한 장면 하나가 소중하다.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다.

  굳이 라온아띠가 되기 전과 되고난 후를 비교한다면 나에게는 아주 큰 변화가 생겼다. 사실 나는 나름대로 대외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사람들과의 어울림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내 생활에 만족하고 살고 있었지만 대외활동이 사람들 만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라온아띠를 만났다. 글 솜씨 없는 내가 서류에 합격한 것부터 조별 토론 때도 아무말도 못하던 특별한 점 없는 내가 라온아띠에 뽑혔을때부터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국내훈련은 정말 특별했다. 구미에서는  정말 잠 자는 시간 빼고는 쉴 시간이 없었지만 그때 만큼은 정말 하루 하루가 설렜다. 사실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과 아이들을 매일매일 만난다는 것 수화를 배운다는 것도 모두가 나에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훈련때 5기들이 다같이 모여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할 때 사실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혹시나 나에게 의견을 물어볼까봐, 그때 나는 남들 앞에서 말할 게 없고 생각이 없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말레이시아에서 5명과의 5개월동안의 생활, 그동안 나는 팀원들과의 생활, 대화를 통해 많은 반성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지난 날동안 너무 내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생각하며 살았던것, 이기적인 내 자신, 계획 없는 미래, 하고싶은 것만 하며 살수 없다는 것 매일매일 적은 일기를 통해 나 스스로도 약간의 발전이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며 살았던 것들을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팀원들에게 도움 받은게 너무 많은 것 같다. 팀원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그전과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말레이시아는 이제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나라이다. 유독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친절한 것 같다. 물어보지 않은 것 까지 대답해 주니 말이다. 나에게 있어 해외 봉사활동이란 더운 날 땀 뻘뻘 흘리며 아이들에게 집 만들어 주기, 아이들에게 공부 가르쳐주기 이런 이미지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보기 좋게 확실히 빗나갔다. 말레이시아는 라온아띠 파견국 중에 제일 잘 사는 나라이다. 나의 개념을 확 뒤집어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현지어를 배울 때 우리는 수화와 현지어를 같이 배웠고 다른 사람들이 마을 공동체 생활을 할때 우리는 베다니홈에서 지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편안함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나는 장애인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나하고는 너무 먼 얘기라고만 생각했다거나 아예 그런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이다. 나는 만약 내가 지적 장애인의 엄마가 된다면 꼭 베다니홈에 같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면 나는 마치 현실 밖으로 들어온것 같다고 항상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말레이시아에서 했던 활동을 계속 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수화를 배우고, 말레이시아에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을 잊지않을때까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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