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좋은 예감


5개월 전 정확히 시험준비기간 이었다. 도서관에서 가슴 높이만큼이나 쌓인 전공서적을 앞에 두고 지쳐 쓰러져 있을 때 지난 1년 반 동안의 영국 유학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며 향수에 젖어있을 때 문득 친구가 소개 해 준 라온아띠 프로그램이 떠 올랐다. 전공 시험을 앞두고 있던 지라 ‘뭐 떨어지면 어때’ 라는 마음에 일필휘지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퇴고도 없이 보내 버렸다. 그렇게 시험기간이 지나고 나는 라온아띠 지원 사실도 잊어 버린 체로 바쁜 방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던 하루였다. 후배들을 이끌고 참여했던 공모전 결과 발표회 및 시상식이 있던 날이었다. 발표를 무사히 마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라온아띠 사무국에서 온 한 통의 문자,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문자였다. 그 뒤로 모든 일들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나는 두둑한 상금과 그보다 가치 있던 하나의 메시지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렇게 기분 좋은 예감 그대로 나는 라온아띠 5기 단원이 되었다.

그리고 Friends of Asia라는 로고를 내 큰 등짝에 새기고 당당히 필리핀에 도착하였다. 나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뒤엎어 버릴 만한 거대한 해일 같은 프로젝트를 한 번 해보겠다는 젊음의 열정이 마치 필리핀 열도를 흔드는 듯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사상누각과 같았던 그 의지는 자연스레 무너져 내렸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언어도 통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냥 사람들 앞에 웃어 보이고 반갑다는 말 한마디가 다였다. 그 어떤 누가 미소와 인사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겠는가? 꿈에서도 나오기 힘든 일이다. 현실을 맞이한 한국인 청년은 그 뒤로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러고 내가 무엇을 한들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나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 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 고민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필리핀 생활에 적응이 되고 이것저것 많이 경험을 하면서 내 생각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젊은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였다. 내가 한국에서의 잣대로 이 친구들을 표현하자면 여유가 없는 친구들이다. 등록비가 없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농장에서 일을 해가며 등록금을 마련한다. 이런 물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정말로 여유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YMCA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남을 돕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 여유롭지 못한 이 친구들이 여유로운 나에게 어떤 것이 여유로운지를 몸소 가르쳐 주었다.

중간평가 하루 전날 이었다. 이 친구들과 함께 350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그리고 거리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필리핀 사람도 아닌 낯선 이방인들이 나서서 자신들이 살고 지역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며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를 통해 나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행동 하나가 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친구들과 가능한 많은 경험을 나누려고 노력 하고 있다. 세상을 변화 시키겠다는 나의 포부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다만 주체가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 친구들 그리고 친구들이 사회로 나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언젠가 세상을 뒤엎어 버리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이 친구들과 함께 있노라면 기분 좋은 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문보성 형 시키는대로 하는게 쵝오에요 ㅋㅋㅋㅋ
2011. 7. 25.
이상엽 ㅋㅋ 근데 시키는것 없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ㅋ
2011.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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