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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티모르에서 흥겹게 밥을 짓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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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물집이다. 그것도 두 개다. 오늘은 특별히 '뗌뻬'를 많이 사온 마나와 함께 밥을 짓고 싶었을 뿐인데. 한창 칼 쓰는 데 재미가 들린 나는 마나와 함께 뗌빼를 썰기 시작했다. 하나 두 개 세 개.. 썰어 가는데 살짝 검지 손가락 안 쪽이 아파왔다. 칼의 무딘 쪽과 부딪히는 부분이 빨개진 것이 보였다. ‘마나는 나보다 더 작고 여린 손으로 빠르게 썰어 가고 있는데’ 고로 나도 다시 흥겹게 뗌뻬 썰기에 몰입했다. '괜찮아! 재밌다! 재밌어!' 그렇게 썰기를 마치고, 상추를 한 장 한 장 뜯어 다듬은 뒤 씻고, 토마토까지 썰어 얹어 찬 두 가지를 만드는 데 일조한 뒤 공부방으로 돌아왔다. 책을 좀 볼까 하는데 계속 아까 그 자리가 아픈 거다. 보니까 글쎄, 물집이 하나 두울 돋아나 있다. '으악!' 갑자기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아파도 칭얼대기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번 만큼은 넬슨 까롤리나 나노에게 말도 못했다. 사진을 살짝 찍어 남기고, 조용히 명상에 잠겼다. 그동안 얼마나 그만한 일도 안 했으면 10분 만에 물집이 잡혀 버렸을까. 오... 한국에서 난. 사실 바보였다. 요리에 관한 한, 부엌일에 관한 한 내 경험은 전무했다. 절대적으로 어머니께 의존하고, 도시의 편리에 젖어 하기 싫은 일은 제쳐뒀다. 가사는 절대 내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시도조차 안했던 거다. 그리하여 스물 셋의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잘 하는 요리가 있기는커녕 라면 물도 못 맞추고 밥도 지을 줄 모르는 것 같다. 양평에서의 2박 3일이 나에게 그리 길었던 건, 추위와 서먹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취사'를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잘 보이고 싶은 팀원들 앞에서.. 식사 준비만 할라치면 꿔다놓은 보리짝마냥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어찌 그리 싫었던지 모른다. 그때 처음으로 '난 참 바보같이 살았군요'라고 생각했다. 동티모르에 온지 딱 두달이 된 지금에는, 흔쾌히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하겠어"라 말할 줄 알고, 주말이 다가와 직접 요리를 해 먹게 되는 것에 기뻐하고 있다. 아침 일과가 된 빨래와 바닥 청소도 사랑한다. 내 힘으로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곳을 준비하고 단장하는 것은 단순히 '가사일을 한다'는 의미 이상의 것이었다. 내 몸을 드디어 스스로 건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이에게 가사 노동을 제공하면, 삶을 지탱하는 아주 원초적인 행위를 공유하는 것이고 말이다. 나눔 토론 회의로는 채울 수 없는 그 느낌. 티모르에 와서 배우는 것은 점점 늘어간다.이지숙 jisooko@gmail.com
by명래] 동티모르에서 온 편지 - 단상(斷想)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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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에서 온 편지 - 단상(斷想) 1 09년 3월 18일 제목 : 따로 또 같이 - 적도 아래에 위치한 남반구의 땅 동티모르는 전형적인 1)열대기후에 속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의 계절이란 건기와 우기 두 가지 뿐이다. 우리가 도착한 3월은 우기의 막바지였다. 매일 오후에 한차례 엄청난 소나기가 내렸다. 나는 한국에서도 방안 혹 차안에서 듣는 빗소리를 정말 좋아했다. 여기서 듣는 비 소리는 또 나름의 감상이 있다. 하지만 나보다 더하게 이곳 사람들은 비가 오면 거리 나들이?를 나올 정도로 비오는 것을 소리 지르며 환호한다. 그런데 오늘 휴일 낮잠을 곧이 자던 나를 팀원 중 막내가 다급히 깨웠다. 눈을 뜨고 부랴부랴 나오니 집 마당으로 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마당의 물을 얼른 퍼서 밖으로 나르는데 집 밖 역시 도로보다 지대가 낮고 하수구가 막혀서 집으로 물을 쏟아낼 기세였다. 부랴부랴 쇠막대기를 가지고 현지분과 함께 하수구를 뚫고 동시에 마당의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그쯤 되니 한없이 물을 쏟아 붓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정신없이 물을 푸다가 어느 순간 집밖 풍경을 볼 겨를이 있었다. 윗옷을 벗고 즐거운 미소를 띠고 길거리에 나온 이들에 모습을 보면서.... 같은 하늘의 비를 바라보는 풍경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순간, 일 년 전 캠퍼스가 생각났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첫 학기의 설렘은 신입생의 입학에 비할게 아니었다. 전역 후 만난 반가운 친구들과 여대생? 그토록 듣고 싶었던 수업 등 그야말로 꿈만 같았던 07년 9월이었다. 개강 보름 후 나의 생일이 다가왔다.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따뜻한 미역국은 아니라도 은근히 2년 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일날 아침 나는 열병이 나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고 오후2시가 넘어서야 정신을 좀 차리고 혹시나 하는 무언가의 기대를 가지고 투혼을 발휘하여 학교 강의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에게 특별한 오늘은 그들에게 지나가는 일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군대 다녀와서 ‘아직 정신 못 차렸냐?’며 ‘벌써부터 자느냐고 지각이냐!’는 평소 가장 의지하는 형의 말에 눈물이 울컥했다. 우리는 같은 날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이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간신히 눈물을 참고 강의실 밖을 나온 내 앞에 있는 캠퍼스의 모습은 내 마음과는 다르게 화창하고 평온했다. 지나는 학생들 모두 어쩜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지 ......... 우리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 없이 다른 기대를 가지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활을 함께 한다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영원히 우리는 “따로”인 것이다.
by명래] 동티모르에서 온 편지 - 일상(日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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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에서 온 편지 - 일상(日常) 1 09년 3월 16일 제목 : 도착! 저는 지난 3월 6일 적도(赤道)를 넘어 10시간의 비행 끝에 무사히 동티모르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5명의 라온아띠 팀원들은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라는 곳의 딜리대학교 옆? 건물에 위치한 동티모르YMCA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머물며 언어와 현지 문화 교육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국제 NGO단체의 사업도 보고, 한국YMCA와 KOICA가 협력하여 세운 교육센터에서 아이들도 만날 것 같습니다. 남은 기간 자만하지 않고 함께 하는 시간이길 소원합니다.
계속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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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월요일, 지속가능한 농촌 발전을 위한 세미나가 딜리 꼬모로 지역 살라운 델따 노바에서 열렸다. 경제발전부장관 조아오 멘데스 곤잘베스의 주관으로 유럽연합의 후원을 받아 열린 자리다. 이번 워크숍의 주제는 동티모르에서 행해지고 있는 장기 농촌 개발 사업의 개요를 마무리 하는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다. 워크숍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적 농촌 개발안을 마무리 할 아이디어를 모아보자2. 농촌 개발을 위해 해야할 일들의 필요성과 우선순위와 재정 지원을 효율적으로 결합시키자. 참고로 재정은 중단기적 프로젝트를 위해 유럽연합에서 주로 후원하고 있다.3. 책임감 있는 대행사와 파트너로서 상호 보완하며 일하자 발제는 조세 라모스 호르타 대통령과 부총리, 경제발전부 장관, 재정부장관, 농업수산토목부 보좌관, 유럽 연합 대사 등이 했다. 국내외서 모인 고급 전문가들이 지속가능한 농촌 발전을 위해 각자의 의견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둘째날에는 4가지 주제에 대해 그룹토론이 벌어졌다. 1. 지속가능한 농작물 생산, 식량안보, 빈곤절감2. 농업비지니스와 소액금융3. 사회 기간 시설 구축4. 천연자원과 환경이번 워크숍에서 기대되는 성과는 주제들에 대해 요약 보고서 및 권고 사항들이 나와 동티모르에서 중단기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데 도움을 줄 거라는 것이다. 딜리위클리 4월 10일자에서 따옴정리 및 번역 아니나
베란다에서 열린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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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레 아이나로 초등학교 수업 환경은 열악하다. 건물 밖에서 수업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번에는 두 집의 베란다에서 수업이 열렸다. 마떼우스 데 제주스 총리는 수아이와 아이나로 지역 학교들의 상황을 둘러본 뒤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책상과 의자도 없이 베란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철퍼덕 땅바닥에 앉아서 공책을 펴 놓고 쓰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번 학기가 시작될 때부터 베란다에서 수업을 받아왔다. “아이나로에 가기 전, 수아이에 먼저 들렀다.” 마떼우스는 해당 장관에게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할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한 trimester가 이미 지나갔으나 학교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빨리 예산을 이 쪽에 배정해야 할 것이다.” 그는 “회의를 열어 해당 장관에게 공문을 보냈다. 그 공문에는 내가 이번 시찰에서 확인한 모든 문제점들이 적혀 있다.” 교육부 장관은 나중에 이 학교들에 책상과 의자를 사줄 예산으로 3백만 달러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딜리위클리 4월 10일자에서 따옴정리 및 번역 아니나
학교 물건을 정치에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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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떼 포호 중학교의 교사와 감독들이 학교 물건을 정치 활동에 썼다” 국회에서 조아오 도스 산또스가 발언한 내용이다. “consolidation이나 재조정이 필요한 그 어떤 정당이라도 자기들의 장비를 써야 한다. 학생들은 이런 관행에 매우 불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부 장관과 커미션 F에게 ‘학교에서 비밀 정치 활동을 하는 교사들이 계속 교사의 지위를 가져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PUN(내셔널 유나이티 파티)의 총재는 “난 지난 3월 21,22 양일 간 행해진 어떤 정치 집회를 목격했다. 국회에 출석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학교에서 쓰는 의자를 트럭 두 대에 실어 나르고 있었다. 내 눈으로 직접 봤다.”문제는 각종 정당들이 교사 대다수가 속해있는 덕에 학교 물건을 쓰게 될때 발생한다. 이건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는 교육부 장관에게 이런 교사들을 감시해 달라고 말했다. “모임을 열고 싶으면 학교 물건은 쓰지 말아야 하고 장관께서는 연관된 교사나 감독들에게 조치를 내려 주셔야 합니다”그는 교육부 장관에게 레떼 포호 중학교 사건을 수사해 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정당이 정부 물건을 그들이 모임을 여는 데 계속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은 이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딜리위클리 2009년 4월 10일자에서 따옴 정리 및 번역 이지숙(아니나)
수아이병원 물은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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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8리터의 깨끗한 물을 마셔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아이 지역 주민과 병원에서는 깨끗한 물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제너럴 레퍼럴 병원장 이레네 데 까르발로는 TDW와의 인터뷰에서 “전에는 AUSAID에서 원조받은 펌프로 물을 얻었으나 요즘엔 그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물을 정화할 수 있는 공사를 하게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지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물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물을 병원으로 수송할 수 있는 트럭을 빌리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바우꾸스 메디칼 워크 치프 사비노 데 까르발로는 “이 지역에서 물을 정화하기란 어렵다. 물이 파이프를 제대로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펌프를 사용하지 않는가. 파이프에 물이 흐를 때 공공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 PAM 물을 우린 쓰고 있다”며 “깨끗한 물 얻기가 어려운 것이 병원을 운영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봄베이로스에게 지원을 받아 물을 수송해 올 수 없는지 계속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수아이 레퍼럴 병원은 공사를 끝마쳤고 요즘에는 4월에 개시할 의료장비 설치를 위한 유화(tenderization)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구 병원 건물에서의 치료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다. 새 병원이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개원 후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점이 해결되어 새 장비가 빨리 준비돼야 한다. 아울러 우린 내과 소아과 피부과 치과 안과 등 지역 건강 전문가들을 모으기 위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수아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증진에 크게 도움될 것이다. 우리에겐 2명의 티모르인 간호사와 쿠바의 의사들이 보내준 10명의 간호사 또는 기술자로 구성된 85명의 의료 전문 도우미가 있다. 하지만 이 인원으로는 환자를 모두 돌보는 데 충분치 않다. 특히 기술자가 부족한데 새 병원이 지어졌고 새 장비를 들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적 자원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비노는 “바우꾸스 병원이 환자를 만족시켰으면 좋겠다. 2차 의료 시설로서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라고 말했다. 딜리위클리 2009년 4월 10일자에서 따옴정리 및 번역 이지숙(아니나)
by 이정민]우리는 지난 한달 반 동안 이렇게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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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한달 반 동안 이렇게 변했습니다..아니나 - 이지숙나노 - 안호윤넬슨 - 조명래까롤리나 - 이정민 나노 - 말이 많아졌어. 다른 자리에서는 팀장을 맡아도 다른 팀원들 이야기 하는 것 듣는 쪽이었는데, 여기 와서 ‘말을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들어. 지금도 그렇고.아니나 - 난 언어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 테툼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어. 인도네시아어도 공부해 보고 싶어. 아예 통번역을공부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넬슨 - 내 여자 친구가 몽골에 봉사하러갔다 한 달 반 정도 됐을 때 몽골어가 재밌고 러시아어도 공부하고 싶다더니 6년째몽골에 살고 있는데. 하하하. 난, 외국 생활을 해 본다는 느낌이 이거구나, 싶어. 이렇게 오랫동안 사는 건 처음해 보거든.까롤리나 - 난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게 됐어. 그냥 안 먹고 싶을 때 안 먹다가 과식도 폭식도 많이 했는데 여기선 세끼를꼬박꼬박 제 시간에 먹고 있지. 아니나의 영향을 받아 이빨을 잘 닦게 됐기도 해. 근데 최근 읽은 어떤 책에서는 엄마들이아이에게 이빨 닦으라고 하는 건 ‘착한 아이가 돼야지’ 하는 사회화 교육 중 하나일 뿐이래. 씹어 먹는 동물은 굳이 이빨이깨끗할 필요가 없다면서. 고로 강요할 필요도 없다고 하더라고. 3월 말까지만 해도 엄청 잘 닦다가 그 책을 읽고 나서는 또고민 중(웃음).나노 - 글쎄, 동물들은 칫솔 같은 걸 못 쓰지만 이빨을 깨끗하게 해. 돌이나 나무를 씹거나 해서. 동물도 돌을 씹어서라도깨끗이 하고. 양치는 자주 하는 게 좋아. ㅋㅋ까롤리나 - 그리고 일기를 열심히 쓰게 됐어. 옛날에는 오늘 있던 사건 위주로 썼는데 여기 와서는 사건을 쓰기 보다는 내생각의 연결들, 사고의 과정들을 많이 쓰게 되더라. 일기 쓰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니까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고.. 또,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게 됐어. ‘개척자들’ 같은 NGO에서 일하는 분들, 넬슨 오빠네 교회에서 만난 현지한인들... 동티모르에서 레스토랑이나 수퍼 등을 운영하는 사장님 등... 어떤 사연으로 여기까지 닿게 됐는지. 한국어시험추진하던 세 분도 만나고, 각국에서 온 유엔군들, 송진호 실장님 양동화 간사님 등... 다양한 삶 다양한 가치관 다양한 생각이많더라.아니나 - 난 가사일을 하게 되었어.일동 - 오 그래 그래. 진짜 큰 변화다. 양평에서 뻘쭘하게 아무 것도 못하고 서 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ㅋㅋ나노 - 나도 일기에 대해 할 말 있어. 난 한국에 있을 때는 생각을 많이 적었는데 여기 와서는 뭐가 있었는지 생활 위주로쓰게 돼. 하루에 뭐 했는지 쭉쭉 나열해. 인상 크게 받았던... 그래서 일기가 처음에는 조금 써졌는데 가면 갈수록 길어져.나중 가서는 반복되는 것도 있어서 생략되기도 하는데..가면 갈수록 많이 쓰게 되더라고. 그리고 단체생활에 이렇게 잘 적응한건처음이야! 어딜 가든 두 명 이상 다녀야 하는 게 강박관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넬슨 - 커피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어. 오기 전에는 전혀 몰랐는데.일동 - 맞아 맞아.나노 - 난 NGO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까롤리나 - 내가 한국에서 너무 편리한 삶을 살았다는 걸 느껴.. 하고 싶은 대로 놀고 사고 할 수 있는..나노 - 난 이 삶도 되게 좋다고 생각하는데까롤리나 - 응, 우리가 자급자족 하는 것도 아니니까 크게 불편한 건 없지나노 - 우리가 오기 전에는 청소해 주고 밥 해주는 마나를 고용할건가 말건가 고민해 본 적이 있었잖아. 와 보니까 이미 고용돼있어서 우리가 선택하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아마도 우리가 마나 덕에 지금까지 진짜 어려운 게 뭔지 모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자발적인 불편함을 체험하겠다고 왔는데, 한국인인 양 간사님도 없고 마나도 없었다면 반찬 하나 구하는 것도 되게 힘들었을 거야.영어든 테툼이든 되는대로 썼겠지.아니나 - 맞아. 그리고 나는 그 동안 참 생각 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참 안 해 본 것도 많고... 동생이랑 특히 많은걸 해 보고 싶어.<중략>나노 - 아, 현지식 인사를 배웠잖아. 눈을 치켜 뜨면서 본디아! 하는.아니나 - 맞아, 난 잘 할 수 있어. 맨날 한다구. ㅋㅋ까롤리나 - 인사를 제대로 하는 건 정말 대단한 거야. 전에 우연히 만났던 티모르 사람이 구수하게 ‘안녕하세요!’하니까 되게 친근했잖아.<중략>나노 - 인터넷 안 썼다아니나 - 나도! 뉴스 안보고도 잘 살 수 있는 것 같아. 한국에서는 컴퓨터에 붙어서 2분마다 네이버 메인을 확인했는데.인터넷 뉴스 중독자였지.까롤리나 - 난 텔레비전 안 보는 것. 남자친구 목소리 오랫동안 안 듣는 것.<중략>나노 - 할 일을 미루게 된 것 같기도 해. 예전 같으면 생각나는 대로 바로 실행했어. 안하면 잊어버리니까 근데 여기 와서는내일 해도 상관없고 안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을러 진 것 같고..아니나 - 연애를 해 보고 싶어졌어. 전혀 라꼬이(원하지 않는다는 뜻의 테툼어)라고만 했었는데.. 요즘에는 짝지가 있는까롤리나와 넬슨이 부러울 때가 있어. 가족 이외의 누군가와의 사랑이 어떤 건지 궁금해.까롤리나 - 아, 남자친구가 해주던 절대적인 사랑이 그리워. 옷도 입혀주고 신발도 신겨줬는데<중략>아니나 -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어. 원래도 건강에 관심이 많았지만 여기서 만약에 아프면 내 문제만이 아니게 되니까.일동 - 맞아, 맞아.넬슨 - 나랑 너는 정규 분포상 양 극단의 2%끼리 만난 것 같아 신기해(아니나는 지독한 변비가 있고 넬슨은 설사를 달고 산다)<중략>나노 - 난 개미가 싫어졌어. 아 진짜 좋아했었는데, 오늘 딱 밖에 있다가 열 개 발가락 중에 아홉 개를 물렸거든. 너무 아팠어.까롤리나 - 난 모기. 너무 싫어.<중략>넬슨 - 난 테툼 선생님 아디가 내 말을 자꾸 무시했던 게 생각나.일동 - 와하하하 맞아 아디가 넬슨 말 무시해.아니나 - 그건 잘 못 알아듣겠으니까 그런 거 같아. 내가 한 말에도 그랬었거든. 그래도 선생님이니까 기대했던 바가 있는데무시당하면 더 슬프지.까롤리나 - 영어권 나라에 여행 갔을 때가 생각나. 어떤 현지인이 내가 바로 못 알아 듣는 걸 눈치 채고 엄청 천천히말해주더라고. 이럴 필요까진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왜 그렇게 싫던지.나노 - 난 천천히 말해 주는 게 고마워. 무시하거나 ‘몰라’라고만 말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고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중략>나노 - 난 온종일 슬리퍼 신고 다니게 된 게 신기해. 필리핀 같이 더운 나라 갔을 때는 잘 안 신었는데 여기서는 온종일 신고 다니니까.넬슨, 아니나 - 맞아. 거의 여름에도 난 운동화 신고 다녔어. 양말도 신고.넬슨 - 한 달 반째 삼디다스를 신고 다니는데 생각보다 튼튼해서 좋아. 발등이 살짝 아팠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편하고. 근데혼자 앉아 있을 때마다 삼디다스 위 흰 선에 코리아라고 바글바글 써 있어. 의도치 않게 나 너무 한국 강조하는 신발 신고 온거 같아. 하하.넬슨 - 아 그리고 살도 좀 탔잖아. 군대 때 빼고는 이렇게 타본 적 없어.일동 - 맞아.나노 - 난 쉽게 타는 편이라 금세 더 까매진 것 같아.<중략>넬슨, 나노 - 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어! 그냥 자르기 귀찮아서..나노 - 난 씻기 귀찮은 것도 있어. 내일은 다시 머리를 밀어볼까.[호윤의 머리 깎는 모습; 형수, 지숙, 정민이 함께 도움]
[** 3월~4월 동티모르 팀 활동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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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6일 ~ 4월 25일까지의 활동을 동티모르 팀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파일 업로드 용량 제한 때문에 파일을 분할해서 올렸으며 확인하시는 방법은 -> 폴더 한개를 새로 만드신 후 2개의 첨부된 파일을 그곳에 다운받으셔서 알집(alz)파일의 압축을 풀면 2개의 파일이 합쳐지면서 새로 만들어진 파일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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