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게릴라 가드너들이 오늘 밤에도 꽃과 나무를 들고 도심을 헤매기 때문이다. 아차, 하면 이미 늦은 때다. 씨앗폭탄과 라벤더 모종들이 콘크리트 사이에서 피어나고 있을 테니까.
게릴라 가드닝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남의 땅을 불법으로 꽃밭으로 가꾸는 것” 이 작은 전쟁은 한 리처드 레이놀즈라는 청년이 허가 없이 공유지에 꽃밭을 꾸미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2005년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일을 첫 시작으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황량한 도시의 땅뙈기, 풀 한포기 없는 버려진 틈새, 쓰레기 더미, 중앙분리대의 녹지대 등 폭탄 대신 꽃을 심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게릴라’와 ‘가드닝’을 조합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의 땅 부족과 환경파괴, 공기오염과 피폐해져가는 정신을 해소시켜 줄 단 한 가지 방법은 오직 ‘가드닝’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운동 자체로 우리는 강력한 소통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아이러니한 방법이 아닐 수 없지만 이것은 그자체로 아주 훌륭한 무기가 된다. 부서진 아스팔트 한 구석에 아름답게 자라나는 라벤더의 모습을 발견하고 미소를 짓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게릴라 가드너들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 형형색색의 다이너마이트를 심어놓고 우리를 기다린다.
꽃나무로 투쟁하여 쟁취하라. 그들은 말한다. ‘허가를 받고 꽃밭을 만드는 것을 게릴라 가드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현혹되지 말아야한다’고. 왜냐하면 인간이 자신의 삶 도처에 꽃과 나무를 심는 일은 너무나도 당당하고 단순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게릴라 가드너들은 자신이 전 세계적인 운동에 동참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도 말아야하며 그러한 자세에서 용기를 얻으라고 조언한다.
현재 게릴라 가드너들은 모스크바 크렘린궁 바깥 풀밭에 붉은 튤립을 심고 가로보네 길가에 피버 트리를 심었다. 이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2013년을 맞아 게릴라 가드닝 웹페이지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8만명을 넘어섰고 6년 전부터 해마다 5월 1일이 되면 북반구 전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 게릴라 가드닝의 날’을 기념해 동네 곳곳에 골든 비컨을 심는다. 올해는, 해바라기다.
오늘도 그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땅과 완전히 잊혀진 땅들을 찾아다니며 씨앗을 뿌리고 있다. 이름도 성도 없이 자신의 정체는 꼭꼭 감춘 채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이웃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들은 도시정원을 위해 열성적이고 헌신적으로 일한다.
우리도 주어진 잡초뿐인 땅에서 다시 새 희망을 찾아보자. 땅의 소중함을 알고 흙의 가치를 알며 생명의 고귀함을 아는 게릴라 가드너들을 본받아 따뜻해진 봄 날씨에 나도 한사람의 게릴라 가드너가 되어보면 어떨까?
웹에디터 이정민 ( 2013.04.04)
사진 및 동영상: 게릴라 가드닝 공식 페이지 : http://www.guerrillagarden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