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웃어요 방그르르>
- 방그르르의 무빙스쿨 이야기 -
라온아띠 합격 후 일주일은 무빙 스쿨에 대한 주제선정으로 눈 코 뜰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각자 통성명만 한 채 서로의 관심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가 공통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타협점을 찾을 수 있던 것이 이주민 노동자의 노동인권과 관련된 부분이었고,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회적 기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회적 기관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들 중 선린회에서 운영하는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와 천주교구에서 운영하는 엑소더스경기서부라는 단체를 선택하여 만나볼 수 있었다. 이 두 단체는 운영주체에서부터 방식, 정체성이 너무나도 달랐으며 이들을 비교해보며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단체의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이주민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 이경은 문화교류 팀장님과 함께]
먼저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는 선린회 재단에서 위탁하고 서울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관으로서 이주민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상담과 필요할 시엔 노무사와 연결해줄 뿐 아니라 한국에서 원활하게 생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 교류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덧붙여 정기적으로 무료 한방 치료 사업도 함께 함으로써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알리고, 이들의 병원비 또한 덜어주려 하고 있다.
[EXODUS 경기서부 방승호 간사님과 함께]
두 번째로 방문한 엑소더스 경기 서부는 천주교 의정부교구소속으로 이주민들의 심신적인 안정과 인권 및 권익 보호등을 통하여 이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이들은 이주민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상담, 이주민 한국어 교실, 각국 공동체 지원 등을 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우리가 기관을 방문하기 전에는 기관의 이름과 활동만 들었을 때 사무적이고 분위기가 딱딱할 줄만 알았다. 그러나 방문을 하고 나니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의 경우에는 큰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그런지 체계적인 분위기와 관계자께서 말씀을 하실 때 신뢰감이 언어에서 묻어나왔다.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교육적인 부분이 많았다. 엑소더스 경기서부의 경우에는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실내의 분위기가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어서인지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인분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이야기 하실 때 좀 더 편안하게 하실 수 있고, 자주 방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방문 전에는 방문 할 기관들에서 ‘이주민 노동자들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도와주어야 한다.’ 혹은 ‘그들은 불쌍하니까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도와주어야 한다.’라고 우리에게 무조건 적으로 그들을 도우라고 말씀 하실 줄 알았다. 그러나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의 대답은 달랐다. 물론 이주민 노동자들도 하나의 소중한 인권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들은 이주민 노동자들을 그저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바라 본 것이 아니라 그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에 있어서 무조건적으로 노동자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이야기와 고용주의 이야기를 둘 다 듣고, 오해가 있을 경우 대화로써 풀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저 약자이기에 도와야 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한 우리에게 이 대답은 큰 깨우침을 가져다주었다.
풀뿌리 기관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기관들이다. 그래서 정부와는 독자적으로 행해지고 그 기관들이 정부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서울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음으로서 생겨나는 제약에 큰 불만을 갖고 있을 거라 우리는 짐작했었다. 그러나 의외로 이들은 정부를 비판적인 시각이 아닌 공생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정부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를 도울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었다. 정부와 대립되는 관점에서 정책들을 비판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이 또 다른 하나의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공생관계’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물어봤을 때는 공통적으로 시민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예컨대 외국인들을 보았을 때 웃으며 인사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두 기관들에서 행해지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외국인들이 배우는 교육이 한국사회에 적응을 빨리 하도록 돕는 것이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관에서 의도하든, 그것이 아니든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배운 교육들을 바탕으로 모국에 돌아가서도 활용하고 있었다. 작은 기관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한국에서 당장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움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관을 방문하기 전에 통계청에서 이주민 노동자들의 고용현황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통계자료를 보면서 고용허가제(ESP)에 대한 것을 알게 되었고, 조사해 보았다. 고용허가제(ESP)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고용에 있어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용허가제가 외국인을 위한 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기관에서 여러 질문을 하며 고용허가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고용 허가제가 꼭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법이 상당히 잘되어있다고는 하지만 고용허가제(ESP)와 같은 경우, 현재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이 정책이 실행되었을 당시,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민 노동자는 1년 동안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업들 위주의 정책을 꾸린 정부는 이 기간을 3년으로 바꾸었고, 부득이한 사정(전치 5주 이상)이 아니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게끔 법을 재정하였다. 외국인을 위한 법률인 듯 보이는 고용허가제(ESP)와 같은 정책들이 사실은 외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주민 노동자들이 우리나라로 들어 올 때에 돈을 많이 벌어 가족들에게 편안한 삶을 주고 싶다는 꿈을 품고 오는 줄로만 알았다. 즉, 우리나라가 그들에겐 희망의 나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이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에 오고 싶은 열정과 함께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한 기관들은 한국은 희망의 나라가 아니며 그들이 일할 수 있는 몇 개의 나라를 찾아보다 조건에 맞추어서 온 미지의 나라일 뿐이었다. 우리는 그저 우리나라가 그들에게 희망의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상은 우리의 큰 착각이었다는 것은 무빙스쿨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무빙스쿨 결과 발표회]
이렇게 두 기관을 방문하며 배운 것들과 느낀 것을 정리해 어떤 방법으로 우리가 느낀 것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를 지어 보았다:
알고싶습니다.
방그르르
어린 야수 같은 연민에 가려 그들이 불쌍한 줄만 알았습니다.
이젠 압니다.
그들은 연민 보다는 따뜻한 우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고용허가제가 그들 위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이젠 압니다.
고용허가제가 양의 탈을 쓴 기업가의 배를 채워주는 먹이로 퇴색되어 간다는 것을.
그들의 친구는 정부를 미워할 줄 알았습니다.
이젠 압니다.
남을 손가락질 하기 보다는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우정의 가르침이 지금만을 위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이젠 압니다.
우정은 순간이 아닌 영원이란 것을.
우리 나라가 희망의 나라인 줄 알았습니다.
이젠 압니다.
이곳은 원더랜드가 아니라 단지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였다는 것을
나는 알았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나는 그들을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왔다. 솔직히 방문 전에 우리는 센터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이주민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듣고 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도움이 아닌 진심으로 그들을 한 사람으로 대해 주는 기관들의 태도에 우리는 큰 감동을 느끼고 왔다. 이러한 가르침을 통해 라온아띠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주민 노동자에게 한국 사회는 너무나 낯선 장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친구일지 모른다. 우리도 이제 곧 방글라데시로 자원활동을 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 두 기관들처럼 그들의 삶을 이해하며 함께 친구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