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수업에 들어갔을 때였다.
맨 뒤에 앉은 남자아이가 공책과 연필도 꺼내지 않고 웃고 있었다.
옆에 앉은 아이가 그 친구는 말도 못하고 공부도 안한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칠판에 적힌 한글을 한 글자씩 따라 적고 읽는데 그 아이는 계속 웃기만했다.
요녀석 웃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글을 몰라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종이와 연필을 가
지고 네모(‘ㅁ’)와 동그라미(‘ㅇ’)를 그리며 놀았다. 수업시간 동안 서로 한 마디도 안하고 우리
는 웃기만 했다.
며칠 뒤, 그네에 앉아 있을 때 그 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 아이일거라는 생각은 못했
었는데 멍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둘이서 그네에 앉아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친구가 되고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말
이다. 우린 서로 바람을 느끼고, 낙엽 날리는 소리를 들으며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