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단체의 마크를 붙인 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UN 마크를 단 차가 가장 많다. 간단히 UN에서 시작하여 UNDP, UNICEF, UNMIT, UNPOL 등 UN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곳 동티모르에 관여하고 있다. 9월 21일 PEACE DAY 행사장에는 각국에서 온 UN 국제 경찰이 자리를 함께 하였는데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이곳에 인력을 파견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UN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99년 10월 25일, 동티모르 독립이 현실화될 때까지 과도기 통치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가진 ‘UN 동티모르 임시 행정 기구’ 이른바 UNDAET의 설치가 결정되었다. 원래 국가 간 분쟁 사이에서 정전 감시나 군사 철수가 중심 역할이었던 PKO(평화유지군)의 새로운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UN PKO는 캄보디아, 코소보의 경우에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3권 모두를 직접 통치하는 과도 정부는 동티모르의 경우가 처음이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비판과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동티모르가 아직 외부 세력의 지배 하에서 스스로의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시각 역시 있었다.
UN의 활동은 처음부터 만족스럽지 않은 점이 많았다. 특히, 독립-자치 선거에서 독립이 결정되고 일어난 유혈 사태는 치명적이었다. 이 때 UN의 많은 직원은 동티모르를 빠져나갔으며 이로 인해 동티모르 주민으로부터의 신뢰를 많은 부분 잃어버렸다. UN이 제시한 독립에 관한 로드맵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무리에 의해 살인과 폭력, 파괴와 방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과도 정부는 2002년 5월 20일에 독립을 선포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곧 따른 대통령 선거에서는 82.7%의 선거율을 보이며 사나나 구스마웅이 선출되었다. 그렇지만 UN이 완전 철수한 것은 아니다. 2008년 지금에도 많은 UN 관련 기구를 찾아볼 수 있다. 과도 정부 이후에도 동티모르의 안정과 행정능력의 확부 등을 위한 후속 PKO와 UN 동티모르 지원단이 파견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PKO로 상록수 부대를 로스팔로스 지역에 파견한 바 있다.
PEACE DAY 행사장에서 동티모르에 파견되어 있는 한국 경찰을 만날 수 있었다. 타지에서 만나 반갑기도 했으나, 한편으로 독립한지 6년이 지난 지금 아직 경찰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동티모르의 현실이 아쉬웠다. 하지만 더디더라도 하나씩 신생국 동티모르는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2008년 9월 11일 딜리 위클리에 의하면 PNTL(Timor-Leste National Police)은 NU 경찰로부터 2009년 5월에 치안에 관한 모든 책임을 위임받게 된다고 한다. 물론 여기엔 경찰력이 그때까지 완비되지 않는다면 기간은 유예될 수 있다라는 조건이 붙여져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