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누누(동티모르에서의 나의 이름)혀영 가치 가요”

 이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쥬니코가 아침마다 나에게 건네는 말이다.

오늘부터는 누구한테서 배웠는지 형 대신 나를 아저씨라고 부른다.


 사메에서는 가브라키 학교, 로뚜뚜에서는 로뚜뚜 학교 이렇게 우리는

2개의 지역을 1주일에 2번 이동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쥬니코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안내자이고, 보호자이다.


 쥬니코는 장난기가 많다. 그래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성격이 잘

맞아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Maun, Nuno. Ita hakarak ba rate ka?"

  (누누형, 무덤에 가길 원하나요?)

라고, 쥬니코가 나에게 장난을 건네면


  “Lae, hau hakarak ita ba kadeia."

  (아니, 나는 네가 감옥에 가길 원해)

라며, 장난을 받아 준다.


 이렇듯 항상 밝고 쾌활한 쥬니코 지만, 연지가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은정이가 로뚜뚜의 한 청년이 다가와서 몸을 만졌을 때, 그리고 동네

남자 아이가 나에 이마를 주먹으로 치고 도망갔을 때


  “누누 형, 저 정말로 화났어요. 왜나면 제가 옆에 있었는데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 너무 죄송해요. 소홀하고 경솔했던 제 자신에게

  화가 나요. “

 나이는 어리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누구보다도 우리를 걱정해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어느 날 밤, 쥬니코와 나는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쥬니코야, 어린 나이에 일찍 일을 시작했구나.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싶지 않니? “


  “누누형, 제 누나 한명이 국립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저도 같이 대학교 다니면서 공부하고 싶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제가 커피 사업 일을 하길 원해요. “


 쥬니코는 영어를 혼자 배웠지만 곧잘 말한다. 한국어도 빨리 익히고 응용

능력이 뛰어나다. 더 배우기를 자신이 원하지만 아버지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동티모르의 전통적인 가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요소가 뿌리깊이 박혀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너무 기뻐요.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고,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있어서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라온아띠

  사메팀)과 항상 같이 있어서 매일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즐거워요. “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쥬니코와 동티모르 사람들이

너무 좋다.



■ 사진설명

  로뚜뚜에 있는 쥬니코의 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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