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동티모르 딜리에서, 에세이 그 두번째

2008.09.23
written by - 함보람


찌나 찌나~ ‘

처음 이 곳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찌나 찌나~” 길거리에 지나다니거나 이동할 때 트럭 뒤에 타고 있는 우리를 보고 현지인들이 던지는 말이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으나 알고 보니 중국인들을 부르는 테툼어였다. 화교들이 상권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딜리 시내에서 동양인들을 보면 의례히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별 생각 없이 흘려 들었지만 오후에 외출하거나 밖에 나갈 때 마다 우리를 놀리는 듯한 어투로 찌나라고 외치는 현지인들을 마주 치는 것이 짜증나기 시작했다. 간사님께서 그냥 무시하고 대꾸하지 말고 지나가라고 말씀해주셨지만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썩 유쾌하지 않은 말을 그냥 흘려 보내기란 쉽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길에 지나다니다가 이 말을 들으면 짜증이 난다. 일부러 MP3 음악 소리 볼륨을 귀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키우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든 생각이, 어렸을 때 파란 눈의 외국인이 지나가면 괜한 호기심에 “Hi” “Hello” 같은 인사말을 건네면서 친구들끼리 키득키득 웃었던 경험이 있으리라. 낯선 생김새의 외국인에 대한 큰 의미 없는 단순한 호기심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동티모르에서 내가 그런 외국인의 입장인 셈이다. 호기심 섞인 장난 조차 웃음으로 받을 수 없는 내 자신이 왠지 작아 보였다. 여전히 나는 닫혀있는 것만 같은 생각에 거리를 걸을 때 마다 발걸음이 무겁다.

 

무료함과 여유 사이 에서

여기 도착해서 처음으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무료함이라는 것이다.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5시에 테툼어 수업 시작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책도 계속 읽다 보니 지루하고 날씨도 더운 곳에서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해야 할 고민과 끝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 무료함이란 것은 사치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했던 무료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비슷한 어려움을 팀원들이 대부분 겪고 있었다. 이대로 쭉 가다 보면 이 무료함에 지쳐 무기력으로 이어질 것이 뻔했다. 무언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무료함을 어떻게 체득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꼭 해야 할 일이 없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긴 시간을 고민한 끝에 나름의 답을 얻었다. 그것은비어있는 시간 할 일 없는 따분함 이 아니라 여유로움으로 머리 속으로 끊임 없이 되뇌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수많은 일들에 치여 미처 생각하고 고민하지 못했던 것을 되돌아보고 그리고 사치라고만 여겨졌던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쉬면서도 불안한 이 느낌. 양치질 하고 제대로 헹구지 못한 것 마냥 찝찝했다. 하지만 하루 하루 나도 모르게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익숙해 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 그 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을 한 번 뒤집어 보고 그 것에 나를 맞추어 본다는 것. 현지 적응의 가장 첫 걸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동티모르 생활 한달 차 풋내기의 동티모르 생활 팁

 

1. 물건을 살 때에는 우선 반 값으로 깎고 본다.

외국인은 무조건 돈이 많은 줄 알고 값을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


2. 유제품은 되도록 사먹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유제품들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것들인데, 냉장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모조리 한 달 이상인 것을 발견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방부제가 들어갔길래 유제품의 유통기한이 그리 길 수 있다는 말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빙성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어서 선택은 개인에게 달렸다. 그러나, 나는 사먹지 않는다.

 

3. 택시를 탈 때에는 흥정을 먼저 한다.

 딜리 시내가 좁아서 웬만한 거리는 택시로 2 달러 정도면 모두 갈 수 있다. 하지만 타기 전에 미리 흥정을 하고 타는 것이 좋다. 내릴 때 값을 비싸게 부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흥정을 해도 도통 먹히지 않을 떄가 있다. 그럴 떄는 과감하게 보내버린다. 왜냐고?! 택시는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미터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 기사의 판단에 따라 값을 부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합당한 값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더운 볕에서 택시를 잡고 흥정하는 수고는 감수해야한다.

 

4. 길을 건널 때에는 무조건 오른쪽을 먼저 살핀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랑 교통 방향이 모조리 반대이기 때문이다. 운전석도 반대다.

 

5. 점심시간에 상점을 방문하는 것은 헛탕 칠 가능성이 많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상점들이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기 때문이다. 큰 마켓조차 점심시간이라고 문을 닫아놔서 땡볕에서 말 없이 되돌아 왔던 경험이 있다.

 



+ 사진 (첨부파일 참고해주세요) 

 

 - 구아바 사진 -
구아바 구아바
~ 여기 사람들은 너무 흔한 구아바를 왜 먹는지 이해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맛있는 구아바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 아름의 구아바를 안고 며칠이나 행복했다


- 3달러 사진 -
열 명이 넘는 입들의 아침을 행복하게 해주는 3$ .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 빵사러 가는 길, 빵 사진 -

하지만, 여기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 안개 자욱한 길을 걸어가면 큰 시장이 나타나는데 그 곳에서 이렇게 생긴 빵들을 많이 판다. 흡사 바게트마냥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것이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아 크게 질리지 않는다. 포르투갈의 식민지를 오래 받은 동티모르이기 때문에 아침을 빵과 커피로 한다고 한다. 사진에 나온 빵이 가장 기본적이고 다른 모양의 빵들이 두어가지 더 있지만 맛은 사실 비슷비슷하다.

오휘경 무료함의 재발견! 딜리팀 힘냇♡
2008. 10. 7.
rami ama!!!! hau hakarak han ita nia tein hahan =)
2008.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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