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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앞서서 먼저 한마디 하겠습니다.
앞으로 한동안 저의 글들은, 저의 관점에서 본 필리핀의 전반적인 현황이나,
이곳의 문화, 환경, 제도 등에 대하여 전달하는 식의 글이 될듯합니다.
에세이라고 하기보다는 관찰일기에 가까운;;
아마도 상당히 길고, 지루하고, 딱딱한 글이 예상되오니;;
재미있는 내용을 원하신다면 저희팀의 다른글 보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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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순시온의 교육
1. 학교 급간 구분과 학기 운영
필리핀의 의무 교육 과정은 유치원(Pre-school),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 고등학교(High school)로 이루어져 있다. 각 각 유치원은 만 4세부터 6세까지, 초등학교는 만 7세부터 12세까지, 고등학교는 만 13세부터 16세까지의 학생들이 수학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2학기제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4개의 grading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grade는 6월부터 8월까지 이고, 두 번째는 9월부터 10월 중순, 세 번째는 10월 마지막 주부터 1월 하순, 네 번째는 1월 셋째 주부터 3월까지 이루어진다. 그리고 grade사이에는 1주에서 2주 정도의 짧은 break기간이 있다. 그리고 4월부터 6월까지는 여름방학 기간으로, 지나치게 더워서 수업의 진행이 어려워 학교를 쉰다고 한다. 사실 9월이나 10월의 날씨도 엄청나게 더웠었는데, 얼마나 덥길래 학교를 쉴 정도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방학으로 2주간의 break기간이 있는데,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부터, 1월 5일까지의 짧은 방학이다.
대학은 대부분의 학교가 종합대학(University)인 우리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학교는 단과대학인 College이다. 그리고 학기는 한국과 같이 2학기로 이루어져 있다. 1학기는 6월부터 10월까지이고, 2학기는 11월부터 3월까지 이다. 한국과는 수업 기간이 다르고, 한 학기가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는 주 5일 수업이 보편화 되어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토요일에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적잖아 있다고 한다.
2. 유치원의 운영
유치원은 초등학교와 학기 운영은 거의 비슷하게 운영이 되고, 나이에 따라서 4세반, 5세반, 6세반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유치원부터 의무교육인 필리핀의 유치원은, 무상교육으로 제공되는 공립 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이 있다. 그러나 사실 공립 유치원은 시설이나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 사립 유치원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아순시온 지역에는 대표적으로 Mr. Sajonia씨가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학생들에게 유니폼을 착용시키고, 두명의 유치원 선생님이 오전과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한 선생님이 담당하는 학생의 수가 오전반과 오후반을 다 합치면 100여명이 넘는다고 하니, 교사 당 담당 학생 수가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Cambanogoy Central Elementary School의 부속 유치원의 수업 모습이다.
그러나 공립으로 운영되는 유치원의 경우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특별한 수업 기자재 없이 칠판과 교사의 강의, 학생들의 교재와 노트만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교재를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그냥 노트만 가지고 다니고, 교사가 시간마다 일일이 수업 내용을 노트에 베껴 적어 주는 것으로 수업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그리고 한 교사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다보니,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교재를 일일이 체크해 주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보조교사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어느 곳이나 자식들이 교육에 대한 부모님들의 열정의 같은 것인지, 이곳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유치원의 수업 시간에는 바깥에 앉아서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부모님들을 항상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운영하는 YMCA의 유치원에서는 거의 학생 반, 부모님들 반의 비율을 보여준다. 수업 중에는 뒤쪽에 앉아 있다가, 학습 과제를 하는 시간이면 아이들 옆으로 와서 일일이 지도를 해준다. 사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기회를 뺏을 때도 많아서, 교육적으로 안 좋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열성을 보이시는 부모님들이 있기에 우리의 유치원 수업의 운영이 더욱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다.
YMCA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의 모습. 학부모와 학생의수가 거의 비슷할정도이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3.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운영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는 한반에 보통 45에서 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각 교실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유치원도 마찬가지 이다. 그런데 한 반에 학생 수가 많은 것을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처럼 공용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다면, 쉬는 시간마다 많은 학생들이 모여 이용에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다. 초등학교의 수업은 선생님이 강의식으로 하는 수업보다는 주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Asuncion National Highschool학생들의 모습.
이곳의 학생들은 교복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사립학교의 교복은 학교마다 다르나, 공립학교의 교복은
남학생은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바지 혹은 청바지,
여학생은 하얀 블라우스와 파란 치마로 전국 어디를 가나 공통이다.
내가 참가했던 수업은 초등학교 5학년의 영어와 수학 수업인데, 매 시간마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수업 내용에 관련된 학습 자료를 만들어 와서,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함께 수업을 진행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수업 교재는 국어인 따갈로그 교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 그래서 수업 또한 대부분이 영어로 이루어지나,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부분은 현지 언어로 이루어진다. 이곳의 수업 역시 별다른 학습 자료 없이 교사의 설명과 칠판의 판서, 학생들의 교재로 이루어지는데, 이 외에 다른 학습 자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교사가 차트를 만들어 와서 학생들이 그것을 노트에 받아 적게 하거나, 교사의 자료를 학생들이 앞에 나가서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전체에게 전달하여 내용을 공유하여 수업을 진행해 나간다.
Cambanogoy Central Elementary School 5학년의 영어 수업 모습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내용을 준비해 와서 발표하고,
그것을 보고 서로 질문을 하면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영어 수업의 경우에는 문법의 설명과 주어진 지문의 독해에 초점을 맞추는 우리나라의 영어 수업과는 다르게, 간단한 문법이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 지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예를 들면, 명사의 복수 형태 변화에서는 일반적으로 단의 끝에 ‘s’를 붙이는 규칙 변화와, 형태가 전혀 다르게 변화하는 불규칙 변화의 수업을 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분단별로 10개씩 찾아보고, 찾은 결과를 차트로 만들어서 다른 학생들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동사의 인칭 변화나 시제 변화에 관한 부분에서는 기본형의 문장을 주어주고 학생들이 시제와 인칭을 변화시켜서 그것을 발표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 선생님의 문법 설명으로 수업 시간을 할애하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는 몇 명을 지목하여 발표를 시키는 우리나라의 영어 수업시간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이른바 영어 몰입교육 이다 보니, 가끔 전달력이 떨어질 때도 있었으나, 현지어로 보충 설명을 해주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 할 수 있었다.
4. 대학교 수업 운영
내가 이곳에 와서 직접 관찰 할 수 있었던 대학교의 수업은 두 군데가 있었다. 우선은 수도인 마닐라의 Lyceum이라는 단과대학이었고, 두 번째는 이곳 아순시온 근처의 카팔롱에 있는 교육 대학교였다. Lyceum은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종합대학인 UP(University of Philippines)의 단과 대학 중 하나이고, 카팔롱의 대학교는 지방의 공립 대학교 이다.
내가 마닐라에서 Lyceum을 보고 가장 처음 받았던 인상은 건물이 조금 허름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와 같은 급의 대학교 인데, 뭔가 시설이 낙후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곳을 둘러보면서 이런 느낌은 어느 샌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곳의 모토는 'Experience is the best teacher'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수업이 실습을 위주로 하여 이루어져 있다. 호텔접대와 영양학 전공 코스에서는 직접 미니 호텔을 만들어서, 로비와 객실과 카페를 만들어서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는 카페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을 판매하고, 교수들은 이러한 운영 내용을 평가에 반영한다. 그리고 간호 대학과정에서는 모의 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학생들이 직접 실습을 한다. 모든 학생들은 각 전공에 따라 다른 유니폼을 착용해야 하며,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전공과 관련된 과목 말고도, PE(체육과목)을 의무적으로 패스해야 한다. 지덕체를 조화롭게 기르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라고 한다.
Lyceum의 수업 모습. 실습 위주의 수업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학교 내에서는 현지어가 아닌 영어만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래서 학교 곳곳에서는 ‘English Only Speaking area'나 ’When you speak English, The world will hear you' 등 영어 사용을 독려하는 표어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외국 학생들을 위한 어학당도 있었는데, 한국 학생들 역시 찾아볼 수 있었다. 비록 시설은 전반적으로 한국의 대학교에 비해서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실습을 위주로 하는 교육 내용들은 한국의 대학교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볼 수 있었던 두 번째 대학 수업은 사범대학의 수업 이었다.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교와 중등교육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교로 아예 학교가 분리되어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필리핀에서는 하나의 Education college안에 초등교육 과정과 중등교육 과정이 각 각의 전공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교육과정은 우리나라처럼 4년으로 되어있으며, 대학교를 마치고 교사 채용 시험을 봐서 각 학교로 배정을 받게 된다. 필리핀에서도 역시 교사는 인기직업인데,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직업인 점은 한국과 같다. 그래서 교육 대학의 학생들의 비율도 여성이 압도적인데, 한 강의실에 30-40명의 학생이 앉아 있는데, 그중의 대다수가 여학생이고, 남학생은 5-6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 한 사람이 모든 과목을 담당하는 우리와는 달리, 초등학교 때부터 각 과목을 담당하는 선생님과 담임교사가 따로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목에 대한 수업과, 교육학에 대한 수업을 따로 들어야 한다. 내가 들어갔던 시간은 교육학 시간이었는데, 원래 초등교육 전공과 중등교육 전공은 수업을 따로 듣지만, 교육학 시간에는 함께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교육학 수업시간.
학생들이 직접 수업 내용을 준비해 와서 발표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다른 사람이 발표를 하면 잘 듣지 않고
딴짓을 하는 우리 나라의 수업시간과는 다르게,
중간중간에 활발한 질문이 이루어 진다.
대부분의 교육학 강의가 중 고등학교처럼 교수님의 강의식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학생이 그날의 수업 주제에 해당하는 내용을 준비해 와서 직접 수업을 하고, 교수님은 가끔씩 질문과 코멘트를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수업 시간 도중에 담당 교수님의 요청으로 한국의 교육 과정과 교육 역사에 대해서 20분 정도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일이라 준비도 거의 제대로 못하고, 설명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열심히 호응을 해줘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설비면 에서는 한국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필리핀의 학교이지만, 학생들의 열성과 재능은 결코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5. 마무리 하면서...
국가의 교육수준은 앞으로 한 나라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도 볼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다. 사실 내가 보았던 필리핀의 교육은 한국에 비하여 시설면이나, 학습자료, 학급당 학생 수의 과밀, 교사의 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것들이 많다. 교과서나 노트 같은 기본적인 학습 자료들도 부족하다. 또,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는 의무 교육이라서 무상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나 학용품, 얼마 되지 않는 학교 운영 비용 등을 내지 못해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을 정도로 사회적 제도가 미비하기도 하다. 그리고 아마 내가 보았던 학교들의 그 지역에서 가장 큰 학교이거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 였던 만큼, 더 작은 규모의 학교나, 외진 지역으로 가면 이보다 훨씬 열악한 교육환경을 갖춘 곳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학생들은 한국의 학생들보다는 훨씬 빛나고 있다. 한국의 학생들은 대학교 입시와, 최근 들어서는 외국어고나 과학고, 국제중이라는 특수목적고의 입시준비로 치어서 학교와 학원만을 쳇바퀴 돌고 있다. 그리고 입시를 위해서는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교사가 주도하는 강의식 수업에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이러한 학습 습관은 대학교에까지 이어져, 스스로 과제를 찾고 풀어나가는 것이 기본인 대학교의 교육과정임에도,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업은 강의식이다. 그리고 대학이 취업을 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여겨지면서, 오로지 점수를 따는 것이 목적이므로, 수업 내용이 조금 어렵거나, 교수님이 깐깐하여 점수를 따기 힘들거나, 취업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강의들은 기피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교양이 부족한 대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향들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우리나라는 이미 학교의 시설이나, 학습 환경 등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더라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을 단지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수단이나,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 등으로 인하여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을 정권의 홍보 수단이나, 정치 도구로 이용하면서, 백년지대계라고까지 불리는 교육 과정을 너무 쉽게 주무르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도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