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상~~~. 우리가 민하를 부를 때 쓰는 단어이지. 고3 때 민하라고 부르면 왠지 내려가는 이미지라 대학에 떨어질지 모르니 민상으로 부르자는 담임의 억지에 의해서 불렸다고 한번 말했을 뿐인 별명이 우리 입에 착 달라붙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어떻게 내가 민상을 맡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복잡한 절차와 공정한 심사로 사람을 정하다 보니 민상이 내가 맡은 에세이의 주인공이 된거지. 이왕 이렇게 된 바 한번 철저하게 파헤쳐 보려 해.
나이는 24세, 생일은 5월 26일 키는 163정도. 몸무게는 비밀?
민하가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 이유는 몸이 약하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해. 처음엔 단지 건강을 위해서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은 했지만 글쎄 얼마 전에 맞아본 주먹의 강도는 단지 건강상의 이유로 배웠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랐어. 무척! 이나 아팠거든. 물론 복싱 말고도 여러 스포츠를 섭렵한 민하이기에 다양한 운동을 즐길 줄 알지.
이렇게 스포티한 민상이지만, 처음에 볼 땐 어찌 보면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로 착각(?) 할 수도 있어. 실제로 우리 팀의 지은이도 민하의 첫 이미지를 그렇게 평가했으니 말이야.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지. 또 어떻게 보면 무표정하고, 왠지 화가 난 듯도 해서 말 걸기가 힘들 수도 있어. 하지만 속단은 금물. 겪어보다보면 어찌나 웃음이 많던지 이렇게 잘 웃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 그렇다고 되도 않는 농담으로 웃겨보려고 시도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주위를 잘 살펴봐. 조용히 너를 바라보고 있는 민상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여중, 여고를 나오고 여대를 다니고 있는 민상은 어찌 보면 주위에 여자 친구가 극단적으로 많다고 하더군. 심지어 다니는 교회마저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고 하던데……. 자 이정도 떡밥을 던졌으면 다음엔 알아서 행동할 수 있겠지? 한 가지만 더 힌트를 주자면 민상은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는 타입이니까 밥을 사주면서 이야기를 하면 더 좋을 거야.
평소에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먹어볼 시도조차 안한다는 민상이 필리핀에 와서는 참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다고 하더라. 필리핀에 와서 받은 혹독한 신고식에서 수많은 기괴한 음식들을 처음으로 시도해 본 주인공도 바로 민상이야. 그러한 행동에 많은 필리피노들이 호응을 해줬지? 나는 뭘 했냐고? 그 장면들을 열심히 보고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해주는 것 아니겠어? 자 말 좀 끊지 말고, 질문은 나중에~. 한번만 더 말을 끊으면 이야기고 뭐고 없을 테니까 조심하라고.
민상이 밴드에 속해 있으면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건 알고 있지? 민상네 밴드가 주로 연주했던 장르는 하드 록이라더군.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의 밴드였었는데 숨겨진 뜻이 있다고 하니, 한번 연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야.
민상이 여기 필리핀에 와서 맡은 분야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지. 거창하게 말하면 데이케어센터이고, 가볍게 말하면 유치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야. 처음에 민상은 무척이나 걱정을 했었어. 아이들을 가르치기는커녕, 어울려 본 경험도 별로 없었다고 하더군.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이건 웬걸. 같이 일하는 누군가의 제보에 따르면, 자신보다 더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모습을 느낀다는 거지. 말도 안 통하는 꼬마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니 마음고생을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잘 적응했다고 말 할 수 있어.
이러한 민상에게 한 가지 약점이 있으니 바로 매운 음식이야. 민상은 매운 음식을 먹으면 다음날 심하게 아플 정도로 몸에서 잘 안 받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매운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날을 잡아서 먹기도 한 대. 필리핀에 와서는 매운 음식을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으니 어찌 보면 다행이기도 하지만, 매운 음식이 그리워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나봐. 요즘 민상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닭갈비니 누군가 민상에게 밥을 사 주기로 결심했다면 닭갈비를 한번 고려해봐. 아마 점수 한번 두둑이 딸 수 있을 거야. 지금부터 맛있는 집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야.
어이쿠 저기 기다리던 차가 오는군. 혹여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면 다음에는 그럴싸한 술 한 병 준비하라고. 언제든지 달려올 테니. 그럼 오늘은 반가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