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 Essay # 22 쑨데렌 수디시
지난 5월 29일을 끝으로 인도팀의 전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칠드런 케어센터의 아동들을 위한 교육이 마무리 됐습니다. 두 달여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이였지만 여러 가지 사정들과 저희의 미흡함에 수업을 한 총 일수는 28일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가는 하루하루 만큼은 많이 웃고, 웃겨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꽤 많은 아이들의 이름을 외웠고, 매일 불렀지만 그 중에도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가는 고산마을(마니와야르)의 골목대장(라기쉬)의 절친한 친구쯤으로 보이기도하고, 그 동네를 주름잡는 개구쟁이파(라기쉬, 수디시, 샤시인드라, 아킬, 위슈누)의 한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 아이는 항상 떠들썩한 개구쟁이들 사이에 있지만 시끄럽지는 않습니다. 수줍음을 타진않지만 나서기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설명하기라도하면 빠질듯한 눈망울로 어찌나 집중을 하던지 어린 아이의 진지한 눈빛에 흠칫 놀라기도 했습니다. 미술수업 때는 색칠을 하게되면 누가 크레파스인지 모를 정도로 색칠에 집중을 하곤 합니다.
얼마 전에는 집의 일을 돕느라 수업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누 웨루 일랴?(오늘 안오니?)’는 물음에 그냥 웃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물에서 물을 퍼나르는 아이를 만나서는 ‘수디시. 날레 웨루. 에니끼 수디시 이브레 와 웨남(수디시, 내일은 와. 나는 수디시가 왔으면 좋겠어)’라고 했더니 그새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윈둠까남, 날레까남(또 봐요. 내일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어느 날에는 옆집 꼬마가 제게 판박이를 해주었습니다. (꼬마들이 가지고 놀기엔 좀 무시무시하지만) 핏자국으로 칼에 베인 모양의 판박이였습니다. 막상 붙이고나니 그럴듯해보이길래 그 다음날 센터에 가서 아이들을 속였습니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수업에 지각한 수디시가 문밖에서 교실을 들여다 보길래 창문에 다가가 팔목에 붙인 판박이를 보여주며 ‘수디시, 에니끼 이누 수까멜라(수디시, 나 오늘 아파)’라고 했더니 원래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아싸! 제대로 속였다’라고 통쾌해 하며 수디시에게 ‘호~’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팔목을 두손으로 고이 들고는 ‘호~’하더군요. 그것도 매우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말입니다. 아, 이런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나요.
가끔 대뜸 그 아이에게 다가가 ‘닌네끄 엔네 이시타마요?(너 나 좋아하니?)’라고 물으면 ‘왈레르 왈레르 이시타마이!(정말 정말 좋아해요!)’라고 대답합니다. 아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 미치겠습니다.
지난 마지막 수업 때 저희 팀원들의 조그마한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그간 수업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 영상으로 편집하고, 요술풍선을 만들어주고, 전날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간 달고나를 나눠주면서 이별의 아픔을 달랬지요. 거창할 것없는 파티였지만 파티를 끝내고 유난히 긴 인사를 하던 중에 저는 슬며시 그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뜬금없이 ‘윈둠까남. 아르타 틴칼 이브레와?(또 봐요. 다음 주 월요일에 와요?)’라고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 아이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걸 몰랐나 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뜬금없이 요술풍선을 선물이라며 나눠주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박수를 치는 상황이 이해가 안갔을텐데 분위기따라 박수치고 웃었나 봅니다. 게다가 그 아이는 장난감 북으로 장단까지 맞춰가며 우리에게 노래를 선물해주었는데, 그냥 불르라기에 불렀나봅니다.(이것도 너무 사랑스럽죠?)
어쨌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고나서 마을을 내려오는 길에 아이와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아이가 자꾸 ‘뽄다뽄다(가지마요.가지마요)’하는데도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냥 아이의 볼만 쓰다듬었습니다. 나도 ‘뽄다’하고싶습니다.
살면서 이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아마 만나기 힘들겠지요. 저는 야속하게 거짓말로라도 ‘윈둠 까남’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그 아이가 기다릴까해서 말입니다.
이 아이가 지금처럼만 잘 웃고,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착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1) 고산마을 개구쟁이들(라기쉬, 샤시인드라, 수디시)
그림 2) 사랑스런 수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