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여기서 나, 뭐하고 있는거지?
    처음 ‘라온아띠’가 되었다고 오빠에게 이야기 했을 때 오빠는 바로 이렇게 물었다. “그게 취직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냐?”고. 나와 함께 학교에 다니던 친구, 선배들의 취직 소식이 들리면 조급해지기도 한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지, 사실 친구들이 뭘 하러 5개월씩이나 태국에 갔냐고 물어 볼 때가 가장 곤란하다. 여기서 나,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어떤 사람일까?
   여태 자원활동이라곤 해 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었던 나는 대학생활의 막바지가 되고 나서야 이제껏 난 뭘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었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 뭔가 특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 보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할지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지원했고, 지금 나는 태국에 3개월 째 살고 있다. 한국이 아니라 싼캄펭 YMCA 2층 내 침대 위인지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막상 글을 쓰려니 막막했다. 그래서 그 동안 쓴 일기들을 한번 읽어보았다.
   일기를 보면 매일매일 특별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건 확실히 맞다. 하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살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한 어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거란 내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그 동안 고민을 했다기 보다는 내가 내 생각보다도 더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난 이제껏 ‘몰랐다’는 무책임한 말로 알고 있어야만 했던 내 주변의 일을 간과하고 있었고, ‘이해했다’는 거짓말로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해 왔었다. 또한, 내가 혼자 만들어 놓은 인간관계의 선을 다른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강요하고 있었다. 활동을 하면서, 종종 새벽 늦도록 팀원들과 얘기 하면서 순간순간 깨달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스스로에게 실망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으로서의 나보다는 우리 팀의 일원으로서의 내가 더 낫다는 것을 안다. 함께하면서 때로는 상처 주고 상처 받지만 그것이 서로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은 편하게 받아들이고 조금씩 바꿔가는 중이다. 아직은 잘 안되지만, 이렇게 나를 바꾸게 하는 우리 팀원들을 만난 걸 보면 난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이렇게 난 태국에서 때론 즐겁기도 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론 슬프기도 하면서 ‘봉사활동’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좀 더 마음을 열고 다른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함께 이야기 하다 보면 좀 더 쉽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이 2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이 시간이 나중에 돌이켜 보면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 되겠지. 이 기간 열심히 보고 듣고 느끼고 고민해야겠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76-11 | 02-754-7892 | asiaraonatti@gmail.com | 2024 한국 YMCA 전국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