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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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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 귀국보고 베트남팀
1
99+
개인에세이, 해애언
99+
말레이시아에서의 생활이 ‘꿈’으로 간직되도록 많이 느끼고 즐기고 싶다지금은 너무나 아련한 3월의 나의 다짐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는 뚜렷한 특색이 없어보여서 내 관심을 그닥 끌지 못했다. 신비한 스리랑카, 그리운 사람이 있는 필리핀, 여행가보고 싶었던 태국, 앙코르와트가 떠오르는 캄보디아, 동남아시아를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베트남, 그리고 말레이시아, 나는 처음에 이렇게 느꼈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의 활동은 빈곤이 대상이 되는 나머지 5국가의 활동과도 동떨어져보였다. ‘말레이시아에서의 활동이 끝날 때 쯤, 말레이시아로 오길 정말 잘했구나 라고 느끼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말레이시아로 오게 되어 다른 나라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느꼈다는 확신이 있다. 이러한 말레이시아에서의 삶은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카운트하는 요즘 참으로 감사하다. 해외봉사의 전형적인 이미지(빈민)를 탈피시켰고, 수화가 주가 되므로 요즘 보편화된 단기봉사로는 경험하기 쉽지 않고, 다민족 국가이므로 나와다름에 대한 개념이 적고,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종교 다양한 언어를 경험할 수 있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행이 자유스럽다는 점 등 수많은 매력적인 점들이 많다. 이후 기수들은 이러한 말레이시아 활동만이 가지는 특별함을 일찍 깨닫고 맘껏 느끼길 바란다. 내가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바로 이것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는 것. 내가 말레이시아 활동의 꽃으로 뽑는 베다니홈 생활. 이것이 나만 그렇지는 않을거라는 생각. 언제부턴가 ‘말레이시아’하면 ‘베다니홈’이, ‘베다니홈’ 하면 소중한 인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감히 영원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당분간, 한참동안은 그들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고 그들 덕분에 맘 한구석이 따뜻해질것 같다. 베다니홈은 나에게 활동이 생활이었고, 생활이 활동이 되었던 그런 곳이다. 특별하다고 애써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특별한 그런곳. 4개월 중반정도의 일기장을 넘겨보면 참으로 다양하게 살았구나 싶다. 크게 다투거나 부딪친 적은 없지만, 매사 모든 일이 무난하게 OK였던, 항상 다 좋고 특별한 불만도 없었던 나에게는 다양한 감정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양한 감정들을 느껴보았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이다. 분명히 일기장을 보면 지쳤던 일인데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 일들이 적지 않다. 힘들었던 일들은 다 일기장에만 기록되고 따뜻했던 기억만 한국으로 가지고 가고 싶다. 한달이 남았음에도 요즘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막상 돌아가면 이곳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당연하고도 뻔한 얘기지만 그동안의 적은 여행으로 깨달은 것은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덕분에 슬프지만은 않다는 것. 이 5개월 대장정의 활동을 통해 생각이 변화된 경험을 했다는 팀원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팀원도 있다. 과연 나는? 내가 느낀 것은 안타깝게도 ‘느리게 살게 되었다.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넓은 세상에 관심이 생겼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등 후기로 나올법한 얘기가 아니다. 아직도 무엇이 변화했다고 선뜻 말할 자신이 없다. 확실한 것은 나의 모습을 잘 알게 되었다는 것. 한국으로 돌아가서 남은 한학기를 휴학생으로 살아보면 좀 더 많은 것을 깨닫지 않을까.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기회였던 라온아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개인에세이, 김진아
99+
마지막 이야기 지난 5개월은 너무 짧았다. 그렇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5개월이 딱 적당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뭐든지 아쉬울 때가 가장 좋은 법이니까. 나는 타지 생활을 자주해서 라온아띠 생활에 전혀 걱정이 없었다. 사실은 엄청 자신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그전에 와보기도 했고 어딜 가도 나는 적응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편한 사람이라 4명의 팀원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자신감을 더욱 북돋아 주었다. 그만큼 편한 마음으로 말레이시아에 왔고 무조건 즐기자 라는 마음만 가지고 왔다. 그런 마음만 가지고 왔던 나에게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즐겁지만은 않았던 때도 많았다. 그래도 지난 5개월을 돌이켜 보면 한순간 한 장면 하나가 소중하다.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다. 굳이 라온아띠가 되기 전과 되고난 후를 비교한다면 나에게는 아주 큰 변화가 생겼다. 사실 나는 나름대로 대외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사람들과의 어울림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내 생활에 만족하고 살고 있었지만 대외활동이 사람들 만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라온아띠를 만났다. 글 솜씨 없는 내가 서류에 합격한 것부터 조별 토론 때도 아무말도 못하던 특별한 점 없는 내가 라온아띠에 뽑혔을때부터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국내훈련은 정말 특별했다. 구미에서는 정말 잠 자는 시간 빼고는 쉴 시간이 없었지만 그때 만큼은 정말 하루 하루가 설렜다. 사실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과 아이들을 매일매일 만난다는 것 수화를 배운다는 것도 모두가 나에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훈련때 5기들이 다같이 모여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할 때 사실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혹시나 나에게 의견을 물어볼까봐, 그때 나는 남들 앞에서 말할 게 없고 생각이 없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말레이시아에서 5명과의 5개월동안의 생활, 그동안 나는 팀원들과의 생활, 대화를 통해 많은 반성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지난 날동안 너무 내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생각하며 살았던것, 이기적인 내 자신, 계획 없는 미래, 하고싶은 것만 하며 살수 없다는 것 매일매일 적은 일기를 통해 나 스스로도 약간의 발전이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며 살았던 것들을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팀원들에게 도움 받은게 너무 많은 것 같다. 팀원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그전과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말레이시아는 이제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나라이다. 유독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친절한 것 같다. 물어보지 않은 것 까지 대답해 주니 말이다. 나에게 있어 해외 봉사활동이란 더운 날 땀 뻘뻘 흘리며 아이들에게 집 만들어 주기, 아이들에게 공부 가르쳐주기 이런 이미지였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보기 좋게 확실히 빗나갔다. 말레이시아는 라온아띠 파견국 중에 제일 잘 사는 나라이다. 나의 개념을 확 뒤집어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현지어를 배울 때 우리는 수화와 현지어를 같이 배웠고 다른 사람들이 마을 공동체 생활을 할때 우리는 베다니홈에서 지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편안함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나는 장애인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나하고는 너무 먼 얘기라고만 생각했다거나 아예 그런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이다. 나는 만약 내가 지적 장애인의 엄마가 된다면 꼭 베다니홈에 같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면 나는 마치 현실 밖으로 들어온것 같다고 항상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말레이시아에서 했던 활동을 계속 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수화를 배우고, 말레이시아에 만났던 아이들의 얼굴을 잊지않을때까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다.
개인에세이, 이수빈
99+
당시 나는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제 곧 4학년이 된다는 부담감,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졸업을 유예시킬 휴학꺼리를 찾고 싶었고,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게 교내에 붙어있던 라온아띠 포스터이다.'파견기간 5개월'. 한 학기 즐겁게 놀다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전부터도 해외봉사를 가고 싶다고 생각은 많이 했었지만 게을러서 지원하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3학년이 끝날 때가 돼서야 4학년 공포증의 힘으로 지원서를 썼다. 그리고 꿈처럼 라온아띠에 합격했다. 3주 간의 국내훈련을 거치면서 라온아띠가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다. 발대식 때 외쳤던 우리 팀 구호 "행복하겠습니다, 사랑하겠습니다, 잘 살다 오겠습니다"는 진심이었다. 행복에 겨워서 눈물을 흘려보고, 사랑을 아무리 주어도 자꾸만 샘솟아 날 수 있다는 기대가 들었다. 또 정말 그 곳 사람처럼 잘 살고 오자는 다짐을 했다. 이곳에 오면 당연히 신나고 즐거운 일들만 펼쳐질 것 같았다. 내 나이 또래 다섯명의 팀원들과 힘을 합쳐서 뭔가 대단한 프로젝트도 이룰 줄 알았다. 하지만 파견 첫 달인 3월에 공식활동 다음으로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침대에 누워있기였다. 5시에 YMCA에서 저녁밥까지 먹고 숙소로 돌아오면 잠이 들 때까지 정말로 지루했다. 머릿 속으로 멋진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떠올려보기도 했지만, 가끔 팀원끼리 뭐라도 해보자고 머리를 맡대어 보기도 했지만 별로 달라지진 않았다. 유치원에 나가면서 바빠졌다. 공식활동 시간도 늘어나고 몸도 피곤하니 잠도 잘왔다. 정신없이 활동에 집중하고 숙소에 들어와서는 쓰러지 듯 잠들었다. 3월에 했던 잡생각들은 점점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 유치원 활동을 끝내고 6월에 하는 활동은 몸이 편했다. 다시 또 3월에 들었던 생각이 마구마구 나를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베트남과 정이 들어있었다. 두 달 밖에 안 남은 시점이라 이곳에서 있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아까웠다. 마치 4학년 공포증에 라온아띠를 지원했던 것처럼 나는 조금씩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작은 변화가 주는 기쁨은 꽤 컸다. 내가 먼저 인사하고, 조금 더 크게 웃는 일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나를 편하게 느끼는 걸 보니 내가 즐거워졌다. 지금 조금 더 보지 않으면 다시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는 순간순간이 더 즐거워졌다. 내가 이제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또 미래에 이곳에 오게 될 라온아띠들을 생각했다. 내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잘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일도 벌였다. 라온아띠 파견으로 내 인생에 어떤 극단적인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몇 가지 있다면...... 내가 열정을 다해서 보낸 그 순간들을 기억할 때 내 안에 생기는 그 감정은 살아가는 데 에너지가 될 것 같다. 사랑을 미처 다 주지 못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좀 더 세심한 관심을 쏟는 내가 될 것 같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이런 작은 변화들을 씨앗으로 야무지고 알찬 나무를 키워하는 게 아닐까 한다. 5개월의 소중한 선물, 라온아띠 고마워요.
개인에세이, 김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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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고로 인해 다른 팀원들보다 2주 먼저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머릿속은 그저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서 내가 피곤한 줄도 내가 무엇을 먹고 싶은 줄도 모르고 그저 그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 날 화르륵 분노를 쏟아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애벌레처럼 웅크리고 잠만 잤다. 정말로 하루종일 자고, 누군가 깨우면 먹고 다시 자고, 그리고 꿈을 꿨다. 몇몇 꿈은 스리랑카에 관한 것도 있었고 가끔은 사람들간의 관계에 있던 것도 있었고, 내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꿈도 있었고, 그리고 카메라 렌즈에 대한 것도 있었다. 빨간 바디에 은색 렌즈, 그리고 그 안의 까만 동공. 때때로 꿈속에서 깨어나면 내가 미쳐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5개월간 내가 무엇을 했을까. 아이들을 만나고 커리를 먹고 페인트칠을 하고, 오샨드랑 루시루때문에 웃다가 짜증내다가 일하기도 했었고,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집에 오면 팀원들이랑 저녁 뭐 해먹을지 생각하고 그랬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한국에 있는 내 침대 위고 책상 위엔 5개월간 내게 날라온 우편물들이 쌓여있다. 다이어리엔 그간 써왔던 일정들이 빡빡하다. 디고롤라, 벽화, 한국어. 그리고 노트북엔 손때가 잔뜩 껴서 5개월간 무던히도 이렇게 살았구나 싶다. 손으로 커리 비벼먹다가 매워서 손가락물고 있었는데 이제는 숟가락 젓가락으로 밥 먹고, 빨래도 세탁기한테 맡겨놓고, 짧은 반바지입고 뒹굴거리다가 빨래 널면 끝이다. 집안일 다 해도 시간이 남아서 다시 침대로 들어가서 잠을 자고, 꿈을 꾸고 그리고 다시 깬다. 그리고 그 곳을 생각한다. 그 곳에서 살았기에 많이 부지런해졌다. 사람들이 말할 때 좀 더 참을성 있게 듣고, 내 의견이 세계 제일인양 내세우지 않는 법도 배웠다. 사람마다 생활방식이 다르고 습관이 다르다는 것을 이제사 이해하게 되고, 물도 좀 아껴쓰고 벌레 나오면 소리도 안 지르고 쥐 나와도 잡아죽일 수 있다. 생활의 방식에서부터 사람을 대하는 것까지, 그리고 내 성격의 본 모습을 파악하는 것까지, 20여년이 넘는 동안 못하던 것들을 5개월동안 다른 사람들과의 공생을 통해 배웠다는 게 약간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정말 내게 필요한 시간들이었다. 아직도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많이 서툴고 시야도 좁고 배울 것 많지만....가끔씩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눈물이 나고 내 안의 증오를 다스리지 못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부족한 내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함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무언가를 이루기엔 너무나 부족한 내 자신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래도 5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이렇게나마 변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라온아띠들에게 처음 부여되었던 시각들을 생각하면, 내 자신은 그 것을 온전히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귀중한 시간과 자원으로 좀 더 큰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그저 내 안으로 삼키려 하는 것이 굉장히 이기적인 일인 것도 안다. 만일 다른 사람이 나 대신 갔더라면 더 많은 일들을 이루고 왔을지도 모른다. 더 큰 화합을 이끌어내고 무언가 의미 깊은 일을 하고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알기에 앞으로의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써보려 한다. 내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많다. 침대 안에서 꿈만 꾼다면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울어도 눈물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내 자신을 추스리는 것이 참 버겁지만 고작 이 정도로 여기서 머물기엔 스리랑카의 5개월이,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내 안의 변화를 지키고 이 곳에서라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해야지. 아직도 내게 할 일이 참 많이 남아서, 그리고 그 의지도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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