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안산! 브라보 라온아띠 4th!
-라온아띠 4기 필리핀팀 이동민-
살던 곳을 떠나 낯선 도시를 탐방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지난 주 서울 합숙교육에서의 무빙스쿨이 그랬고, 안산에서의 지난 이틀 동안 역시 그랬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날 5개의 기관을 방문하고, 생전 처음 접해본 태권무까지 소화하고 난 뒤였지만, 새로운 기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는 이 모든 피로들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오늘 방문할 메인 기관은 안산의료생협이였다. 상록구 월피동에 위치한 의료생협은 지역주민들이 공동 출자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보건예방·건강증진·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자율적인 협동조합이다. 외국인이 많아 다문화적 특색이 두드러진다는 것, 그리고 정부주도형 계획도시여서 지역 유지가 없다는 장점을 안고, 전국에서 NGO들이 가장 유기적으로 얽혀 지역사회를 이루고 있는 안산에서, 약 3천 세대, 1만 2천명의 조합원을 갖고 있는 안산의료생협은 어떻게 보면 이러한 과정 자체가 지역사회발전에 대한 투자이자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시·구청 등)이 지역사회를 위해 해야 할 역할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이 바로 민(NGO)이 맡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항상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듯이, 의료생협에도 해결해야할 과제는 있다. 조합원의 혜택만 보고 부정 가입·탈퇴하는 얌체 조합원, ‘공존’이라는 최대의 가치를 위해 설계된 시스템의 비효율성, 조합 소속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병원과의 갈등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의료생협 내에서는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내부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꾀하고 있고, 조합원 가입 주민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오늘을 포함해 4일간 병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업무를 부여받고, 실행하게 되었다. 직접 주민들을 대하고, 답변을 이끌어내야 하는 작업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접수를 하고 잠깐씩 대기하는 동안에만 설문을 할 수 있었고, 또 간혹 가다 퉁명스러운 주민들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였다.
시작이 반이지 않은가? 오늘 우리가 의료생협에서 내딛은 첫발로 인해, 공존 시스템인 생협을 이해하고, 라온아띠의 주제인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 어떻게?’ 라는 질문의 답을 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마 이달의 마지막 날 안산을 떠날 때, 이 질문에 대한 내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제야 비로소 실감이! - Ana Maria 선생님과의 첫 만남
사실 안산에 3일 째 머물고 있는 지금까지 나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정말 라온아띠 4기가 된 걸까? 내가 정말 필리핀에 가는 걸까? 필리핀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더 그렇다. 하지만 의료생협 활동을 마치고, 안산 YMCA로 돌아오자, 필리핀에서 오신, 지금은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대학교를 다니고 계시는 Ana Maria 선생님과의 만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Tagalog 수업을 위해서였다.
사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늘 그렇지만, 한편으론 두렵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할 줄 아는 외국어가 늘어간다는 성취감에 내심 기대도 되었다.
첫날이라 간편한 자기소개와 인사말 정도 배웠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정말 필리핀에 가서 Tagalog로 현지 사람들과 격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하며 내일 수업을 기다려본다.
요즘 우리의 생활은, 밤 10시 30분에 숙소로 돌아와, 팀 회의와 피드백을 마치고,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2시가 되어 잠이 들며, 다음날 일정을 위해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하는 강행군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움 그 자체를 배워간다는 것이 100% 즐겁다면 거짓말이지만, 육체적 고달픔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안산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을 빨리 떨쳐버리고 이 지역 NGO 인턴십에서 무언가 얻은 것이 있다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사회는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고, 이것이 당연한 것이며, 또 이것이 바로 내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