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 대안 첫 걸음, 빗물
비가 내리면 사람들이 하는 일은 몇 가지로 축약된다.
case1우산 찾기, case2널은 빨래 가져오기 case3집에서 부침개 먹기. 하지만 생각해보자.
정말로 비는 피해야 하는 대상이기만 할까?
우리가 열심히 비를 피하고 있는 와중에도 환경보호를 위해 비를 모으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자원을 먼 곳에서 찾던 사람들은 이 보고서를 주목해주시길!
지속가능하고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바로 공짜 자원 ‘비’가 있다. <4t Truck>
[서울대-빗물연구센터]
Everybody happy
우리가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서울대 빗물연구센터’다. 때마침 내리던 비를 뚫고 가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한무영 교수님. 그러나 교수님 일정 상 아쉽게도 예정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었다. 다급하게 건 낸 “왜 하필 빗물 연구를 시작했나요?”라는 질문에 교수님은 “everybody happy”란 단어 한마디를 던지셨다. 이어서 한 교수님은 우리에게 되물으셨다. “학생들의 공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나요?”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수학, 기계, 법학, 행정 등 우리들 중 어떤 전공도 모두의 행복을 위한 학문은 아니었다. 한 교수님의 빗물 연구의 본질은 바로 이 질문들에 있었다. 모두의 행복. 공짜 자원인 빗물을 통해 모두의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구를 진행해오셨다. 옥상정원, 빗물저금통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우리와의 인터뷰 모두 이 믿음을 퍼뜨리기 위해 하신 일이리라…
모아라, 믿어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이후 만난 김용우·강상율 연구원과 빗물에 대해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빗물을 선택한 계기는 단순하다. 공짜지만 지속가능하며 가장 깨끗한 자원 중 하나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편견과 달리 설치비는 크게 들지 않는다. 필터만 설치하면 음용수로 이용이 가능하다.
강상율 연구원은 이 같은 빗물의 장점을 이용해 아프리카 구호활동을 가는 것이 꿈이다. 더러운 물을 사먹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깨끗하고 구하기 쉬운 빗물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대 빗물 연구센터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물 부족 문제를 빗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오늘도 빗물을 모으고 있다.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우리집 뒤 하천 두둥!
하천. 우리가 뒤돌면 볼 수 있는 곳이다. 누군가는 어렸을 때부터 공놀이를 하던 곳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연인과 함께 손잡고 거닐던 곳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하천에 대해 고민을 해본적은 없다. 부드럽게 밟히던 잔디가 깎여 런닝로드가 깔리고, 맑던 하천에 건천현상이 일어나지만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김은령 공동대표가 지적했듯 우리의 문제는 바로 지역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 역시 그저 마을주민 중 한명,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환경보호 교육활동에 임하면서 도림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하천의 문제점들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현재 도림천은 물의 길들이 하수관으로 연결되어 지천으로 흘러야 할 물들이 흐르지 않게 됐다. 김 대표가 강조해 말하는 것은 하나, “물 순환”이다. 하천이 살기 위해서는 빗물의 순환, 물의 순환이 절실하지만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 순환을 위해 하천 시민 모니터링단이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직접 하진 못하더라도 우리 집 뒤 하천, 한 번쯤 뒤돌아 봐야하는 곳이 아닐까.
빗물연구의 샛별, 서울 여상 산돌림
비가 오면 서울 여상 산돌림 학생들이 찾는 곳은 두 곳이다. 빗물을 모으기 위해 설치된 빗물저금통과 빗물 텃밭.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의 공동대표인 정춘수 과학선생님과 제자들은 빗물저금통으로 모은 빗물로 텃밭에 있는 방울토마토와 인삼을 키우고, 그 빗물을 관찰한다. 산돌림을 인터뷰 하던 중 학생들을 흐믓하게 바라보던 정춘수 과학선생님께 “왜 시민활동을 하게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드렸다. 그러자 정 선생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민주시민으로서 내가 사는 곳, 내가 일하는 곳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되는 일을 한 것이다”라고 답하셨다. 이 한마디가 무빙스쿨을 하는 이유와 가장 크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스펙이 아닌 지속적인 활동을 원하는 꼬맹이 활동가들 그리고 관악구 시민 정 선생님들이 만들어갈 하모니가 기대됐다.
조금은 바라게 된 한 가지
“환경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환경은 우리나라만의 노력이 아닌 세계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런 말들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흔히 들었지만 추상적인 표어로만 다가올 뿐 실제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무빙스쿨 또한 해매고 해맸다. 그러나 우리가 만난 시민단체 속 사람들은 표어 속에만 있던 일들을 직접 실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거창한 것이 아닌 주변의 소소한 문제들부터 짚어나가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무빙스쿨에서 본 것은 빗물, 하천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풀뿌리 공동체의 진정성, 시민 의식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통해 비춰본 우리의 자화상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취업 혹은 스펙에 치여 어쩔 수 없이 하는 활동들, 활동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다. 자원활동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청년의 중요성’이었지만 정작 우리들은 너무 어려운 일로 혹은 너무 힘든 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닐거라 생각해왔지만 언젠가 빗물을 통해 세계 물 부족을 해결하겠다던 빗물 연구소, 하천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사람들의 작은 발걸음처럼 우리가 하는 일이 나비효과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로 인해 미래에는 좀 더 나은 환경이 다가오길 조금은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