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손을 잡는 것은 어느나라사람들이나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멋진 곳을 찾아서 사진을 찍는 것도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참 좋아하는 것 같고,
하나, 둘, 셋을 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는 것도 어느나라나 비슷하다.
어느새 만 4개월을 채워가고 있는 우리의 생활에 대한 간단한 감상문.
도. 시. 자. 원. 활. 동
한 달간 언어를 공부했다. 그리고 두 달간은 시내버스로 한시간 반씩 이동을 해서 유치원에 출퇴근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유치원에 출퇴근 할 당시에는 아침 여섯시에 아침식사, 출근, 활동, 저녁 7시 숙소 도착의 연속이었고, 유치원을 다니지 않을 때는 9시까지 YMCA 사무실, 그리고 6시에 숙소 도착.
여기는 호치민시이다. 인구가 500만명이 넘고, 외국인도 많고, 정전이 잦긴 하지만 전기 시설은 잘 갖춰져 있다. 시내버스가 잘 돌아다니고, 학교는 나름대로 모양새가 다 갖춰져 있다.
도시의 생활리듬. 낮잠 시간이 있는 것과 하루가 참 일찍 시작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의 생활리듬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평균적인 매연과 소음은 한국보다 훨씬 심하기 때문에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자면 검은 물이 나오고, 내 여드름은 한창 심해졌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너무 크다. 이 사람들 잘 살아가고 있다. 어디를 가도 결국 가장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였다.
도시자원활동. 관계 맺기. 친구 되기.
유치원 선생님들은 우리가 너무 고생했다고 이야기 하며 고마워했다. 우리도 유치원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너무 좋고, 정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 유치원에서 우리는 오줌을 치우기도 하고 밥을 먹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유치원은 잘 돌아간다. 처음 몇일간은 우리는 유치원 아이들만큼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우리는 그것을 기대했나 보다. 우리가 없으면 안되는 상황.
친구가 되었다. 얼마전에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우리가 보고 싶어서 한시간 거리를 아침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찾아왔다가 길을 못찾고 다시 돌아갔다고 전해들었다. 우리는 그런 베트남 친구들이 생겼다. 아마 그 선생님들도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이들도 기억을 할 것이다. 자신들이 4살 때, 5살 때 만났었던 한국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잘 기억 안나는 5명의 외국인. 확실한 것은 너무 즐거운 기억이어서 그 덕에 힘이 났다는 것인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하면, 소극적인가. 만나서 힘을 주고 받는 경험을 했다면, 충분히 멋진 경험이 아니려나. 이거 자기 정당화라고 생각하시는가.
무엇을 하고 있니?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건 어떨까? 도.시.자.원.활.동.
국. 제. 도. 시. 호. 치. 민
이야기 했다시피, 여기는 호치민시이다. 인구가 500만명이 넘고, 상주 한국인도 5만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시의 중심지역인 1군에는 외국인이 더 눈에 많이 띈다.
이것에 마냥 부정적일 때도 있었다. 이렇게 좋아보이지만 사실은 이 단면에는 결국은 불쌍한 베트남 국민들이 있다. 이 화려함의 수혜자는 결국 외국 자본과 베트남 부자들일 것이다. 무분별한 개방과 신자유주의가 이 도시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얼마전에 우리는 Bobby Brewer 라는 카페 겸 식당을 찾아갔다. 신문에서 광고를 봤는데, 글을 쓰러 왔던 한 호주사람이 호치민의 아이들을 보고 그 아이들을 돕기 위해 가게를 만들었고, 그 가게의 수익금은 호치민시의 아이들을 위해 쓰인단다. 매주 화요일의 에스프레소는 그 판매액 중 일정금액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는데 쓴단다. 좋은 느낌의 카페였다.
아. 이제 우리차례려나.
아직 이전이 비판을 접지는 않았다. 아마 사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문득, 세계의 젊음이 모이는 도시는 그것만으로도 참 매력적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대신, 이제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충만한 상상력으로 들어올 차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들어올 차례다. 매력적인 이 도시에 새로운 기운이 들어올 차례가 되었다.
만. 들. 기.
우리는 12월 초에 유치원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 하고, 새로운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우리가 일정을 제안했다. 우리는 12월의 2주를 우리가 스스로 운영하면서 레포트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주제에 대해 논의 했다. 우리는 무엇이 가장 궁금할까, 무엇을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즐거울까. 이주 노동자에 대한 레포트에 합의 했다. 이 주제는 우리가 베트남에 오기 전부터 우리에게 이야기 되던 테마였다. 베트남 YMCA도 이 테마를 늘 이야기 해오곤 했다. 우리가 일을 하던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모두 그 대상이란다.
이 주제가 크고 어렵지만 분명히 의미가 있는 테마라고 베트남 YMCA의 사무총장님이 응원했다. 우리는 우리의 제안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찾아갔고, 노동청도 찾아가 보고, 한인회에도 가 봤다. 통계청에도 가 봤다. 사회주의 국가라서 많이 겁 먹었었고, 사실 현지인들도 자료를 접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걱정했지만, 부딪혀 보면 늘 친절한 사람들 뿐이었다. 노동청에 가면 통계청을 소개해주면서 하지만 너희의 신분 소개나 증명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막상 통계청을 가면 너무도 친절히 우리를 자료로 안내해준다. 우리보다 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관청을 더 어려워하는 것 같다.
'이주'의 정의와 범위가 너무 어렵다. 해외 이주가 아니다. 학자들도 그 정의를 분명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우리가 이 테마가 왜 하고 싶었지부터 시작했다. 진짜 이게 우리 궁금했던 것일까 생각해봤다. 그 궁금증의 시작. YMCA 봉제학원 아이들. 베트남 YMCA 건물 2층에는 봉제공장이 있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15세에서 24세의 여성들. 아, 우리는 이것이 참 궁금했었다. 여기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조금 범위가 적어지고 우리가 대상을 설정하고 정의하기로 했다. '청소년 이주 노동자'. 아직 그 대상에 대한 정의와 범위에 대해 고민 중이다. 그래도 우리는 몇 개의 사례연구와 통계 연구, 그리고 토론과 이야기, 분석을 통해 우리의 레포트를 완성하기로 했다. 개요도 만들었다. YMCA 에도 영문으로 개요를 보냈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과정을 그들과 공유하고 싶다. 가까운 곳에서 중요한 테마를 찾았다고 자축했다.
이것이 우리가 처음으로 하는 만들기이다.
도시 자원 활동은 상상과는 많이 달라서 많은 상상력과 체력을 필요로 한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상상력이 한국에서부터 차오지 않아서 처음부터 발휘하지 못했지만, 4개월간 상상력을 충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또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친구를 만들었고, 힘을 모았고, 상상력을 충전했으니,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한달간, 그리고 그 이후에 계속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또 다른 아시아에서도 혹은 유럽에서도. 만들자.
지금까지는 일단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과 조금의 상상력과 관계를 맺어가는 힘을 만들었다.
그렇게 실력을 만들고, 동지를 만들고, 그래서 우리 차례 멋지게 놀아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소극적이려나. 난 소심한 사람이어서 이런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 정도. 이것은 최고로 다이나믹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