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1) 편리함에서 오는 불편함

 

라온아띠 2기 베트남팀으로서 보낸 첫 한 달

우린 한 달 남짓 호치민 YMCA 로 왔다 갔다 하면서 베트남어 공부를 하면서 보냈다.

거의 우리끼리 하는 공부였다. 숙소도 좋고 인터넷도 잘 된다.

게다가 호치민은 대도시라 웬만하면 원하는 걸 다 구할 수도 있고, 시내 나가면 외국인도 많고 한국 사람들도 많다.

난 베트남에서도 싸이월드를 하고 한국에서 쓰던 샴푸나 로션을 사서 쓰고 있다.

3월 한 달 동안 YMCA에서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여가 시간이 많았다.

가끔 주말에는 호치민 YMCA 봉사활동 하는 학생들과 시내 명소를 방문하거나 놀러가는 정도였다.

 

분명 라온아띠를 통해 배운건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배웠는데 불편한게 거의 없었다.
1기를 통해 전반적인 생활을 듣긴 했지만 이만큼 편하고 여유있을 줄을 몰랐다.

라온아띠 어떤 팀보다도 편하게 생활했었지만 속으로는 혼란스럽고 불편했다.
다른 팀이 시골이나 고산 지역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진과 글을 보면서 부럽기까지 했다.

분명 대도시에서 편리하게 생활하는데 고립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팀원들과 대화를 통해 그리고 내가 여기서 큰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왔으니 마음을 고쳐먹으려고 노력했다.
지금 난 봉사활동 하러 오기 전에 반은 유학생, 반은 관광객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주말엔 따로 나가서 시내를 보기도 했고 기계적으로 공부 하던 베트남어에도 사람들한테 말 걸면서 재미를 붙였다.

 

언어 배우는 기간이 너무 길었다. 물론 내가 조금 더 능동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매일 같이 가던 호치민 YMCA 2층에는 봉제 공장을 운영해서 15 - 24 세 정도의 여자애들이 일도 하고 그곳에서 살고 있다.
내가 먼저 말을 걸 수도 있었는데 3월 달 동안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우리들 스스로도 이 점을 반성하고 지금은 일과 끝나고 Y 앞에서 같이 놀거나 수다 떨기도 한다.

아무리 대도시에서 지내더라도 의사소통을 하면서 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점도 있으니까

 

2) 한국대표가 아닌 한국인

4월에 3일 정도 희망학교인 직업 훈련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담당자 분과 얘기하다가 한국에서는 월급이 평균 얼마 정도 되냐는 평균 차 값은 얼마 정도 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질문을 받고 당황하다가 대충 우리끼리 어림 잡아 대답했다.
그 후에 캔들데이를 하면서 우리 끼리 이 얘기가 다시 나왔다.

한국 평균 월급이나 차 값은 각자 생각하는게 다 달랐다. 중요한 건 다들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거나 불편함을 느꼈다.

예를 들면 날씨가 어떻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쉽게 대답할 수 있다. 네 가지 계절이 있고 지금 기온은 대충 얼마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월급이나 차 값은 각자 생각하거나 처한 상황이 달랐고 아무래도 돈 문제이다 보니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돈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나 경제 관련 질문을 받을 때 대답하기 곤란할 때가 많았다.왜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한국은 어떻다고 대답하기가 곤란하고 불편한지.
사실 평균 차 값을 어떠냐는 질문을 받을 때 나의 가장 정직한 대답은 이거다.

내가 사는 지역은 차타는 것보다 대중 교통이 더 편하다.
그래서 차 면허도 없고 앞으로도 면허 딸 생각이 없어서 차 값을 잘 모른다.

물론 팀원들 각자의 솔직한 대답이 다 다를 거고 그 이유는 우리 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팀원들과 대화하면서 영지 언니가 라온아띠 국내 훈련 때 받은 교육 중에 배운 것을 다시 짚어주었다.한국을 대표하지 말라고. 대표하는 범위를 좁히라는 얘기였다.
한국은 이렇다고 얘기하기 보다는 서울은 이렇다. 우리 동네는 이렇다. 나는 이렇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기도 쉽지 않다. 기껏 한 달 반 동안 배운 베트남어로 모든 상황을 설명할 실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 베트남도 상황이 다를 것이다. 예를 들면 나중에 알아보니 베트남에선 차에 매기는 세금이 꽤 많아서 한국 보다 차 값이 비쌌다.

이 후에는 생각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은 어떻다기 보단 호치민은 어떠냐 너는 어떠냐..
한국이 어떻다기 보단 서울은 이렇다. 나는 이렇다..

 

정 나라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질문을 할 때면 각자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난 한국인이지만 한국 대표로 베트남에 온 건 아니니까

 

 

2009년 4월 중순 기점으로 쓴 글

from HCM VN

 

 

 

 

 

 

 

 

youani42 편리함에서 오는 불편함이라...그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이곳. 내가 처한 곳에서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하면서 생활하느냐 혹은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팀 혹은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2009. 5. 6.
윤혜령 고민하는 모습이 좋다.^^
2009. 5. 6.
태영 와- 들어와서 댓글도 남겨야지 남겨야지 하다가 어느새 이렇게 5월도 지나버렸네요. 편리함에서 오는 불편함. 그렇죠. 맞아. 그게 불편함으로 다가오던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서의 우리의 위치랄까, 역할이랄까, 그런것도 다 고민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뭐 전 한국에 와서도 그런 고민이 계속 되던걸요- 하하. 다른 맥락이지만, 어쨌든 편리함에 대해 불편하게 느껴볼 수 있는 감수성은 지구시민으로 되는데 좋은 감수성 아닐까요? (좀 진짜 다른맥락 같다.- ㅋㅋㅋ) 사진 보고 이야기 들으니까 참 기분 좋네요. 고마운 일이에요.
2009.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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