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애인 클럽 방문
4월 한 주(19일 - 24일) 동안 오후 시간에 우린 호치민 YMCA와도 연결되어 있는 장애인 클럽을 방문했다.호치민 YMCA에서는 장애인 클럽 방문 목적을 언어 공부와도 연결시켜 놓았지만 가서 뭘 할지는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팀원들은 가서 뭘 도와드려야 되나 우리가 뭘 보여줘야 하나 막연히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막상 가 보니 우린 손님이었다.
첫 날 장애인 클럽의 총장이신 안쭘과 비서 찌풍이 우릴 맞아주시며 음료수 대접도 해주시고주로 거실에서 지금까지 공부한 베트남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교실에서 수를 놓고 계시거나 영어 수업을 받고 계시는 분들에게 우릴 소개해주셨다.
생각보다 다들 우리를 반겨주시고 호감을 보여주셨다.
그 다음날부터는 일정이 비슷하게 진행되었는데 이번에는 장애인클럽 분들이 자진해서 우리에게 베트남 노래까지 가르쳐주셨다.
베트남의 애국가나 가곡으로 추정되는 노래를 3개 배웠다. 또 우리가 와도 이분들이 하는 수업이나 일(수공예, 컴퓨터와 영어 수업)은
그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자 흩어져서 여기 저기서 구경하거나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그들의 장애를 보고 내가 뭘 돕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도 앉아서 일 하고,
오토바이도 타고 다니며 잘 생활하는 그들을 보면서 장애인을 꼭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어쩌면 내 편견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고마웠다. 어쩌면 Y에서 우릴 보낸 것도 장애인과 봉사자로서 만난게 아니라 정말 사람들과 만나서 베트남어로 이야기하는게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 장애인 클럽 사람들과 함께 한 1박 2일
장애인 클럽 방문 후 주말인 일요일과 월요일 (4월 26-27일) 우린 호치민과 붕따우 장애인 클럽 축제에 참가하게 되었다.
붕따우는 호치민서 3~4시간 걸리고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도시이다. 호치민 장애인 클럽 사람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추측으로) 장애인 클럽 학교 등 굉장히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주로 외상 장애 팔이나 다리가 없거나 불편하신 분들과 몇 명 청각 장애나 가벼운 정신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계셨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정말 봉사자의 신분으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버스에 올라타보니 이미 봉사활동 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그리고 어찌나 들떠있는지 출발할 때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들 놀러갈 생각에 신나있었다.
장애인 클럽 방문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다들 우리에게 말 걸고 같이 사진 찍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단체로 티까지 맞춰입고 기념사진 찍다보니 학창시절 수학여행 온 기분이었다.
붕따우에 도착한 저녁에 장애인 클럽 사람들이 준비한 장기자랑?을 관람하게 되었다.
우리도 노래를 준비했다. 지금까지 배운 베트남 노래 한 곡과 한국 노래도 한 곡 준비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가 굉장히 유명해서 풀하우스 주제가를 준비했다.
우리끼리 노래 연습하랴 그 와중에 장애인 클럽 사람들이 노래 부르는거 구경하고,기념촬영하고 무대 올라와있는 사람들한테 꽃 전달하랴 정신없이 보냈다.
정말 장기자랑 같은 시간이어서 심사의원이 채점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차례에 먼저 베트남의 애국가 같은 노래를 부르려고 했는데 웬걸 노래가 갑자기 댄스버전으로 나오고 다들 무대로 나와서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도 어울려서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캬바레 버전으로 반주가 나온 풀하우스의 주제가를 부르고 마무리했다.
붕따우에서 우린 정말 봉사자가 아니라 같이 놀러간 한국인이었다.
장애인 클럽 사람들 덕분에 우리까지 정말 신나게 놀았던 1박 2일이이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건 우리가 그들의 장애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정말 베트남 사람들과 어울린 기분이었다.
예를 들면 나와 언니들은 붕따우에서 청각장애인인 힌과 방을 같이 썼다. 힌은 듣지는 못해도 손짓과 표정으로 못하는 말이 없었다. 힌과 나만 방에 있었을 때 화장실 불이 제대로 안 들어오는 걸 보고 힌한테 보여줬더니 일하는 아줌마한테 따지러 갔다.
알고 보니 내 잘못이어서 힌이 너 왜 그랬냐고 손짓으로 막 따졌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가서 따졌어야 되는데 말 못하는 힌이 따지러 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었다.
심지어 둘째 날에 바닷가에 놀러갔을 때는 수영이 서툰 나와 윤아언니를 사람들이 도와주기까지 했다.
오히려 팔이나 다리가 불편해도 해변에서 축구를 하고, 듣지 못했도 수다스러운 그들을 보면서 어쩜 나도 장애가 생겨도 이렇게 잘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든 생각은 내가 한국이었으면 그렇게 편견 없이 대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건 아닐까?
우릴 정말 친구로 대해줬던 분들과 함께 했던 1박 2일
앞으로 남은 건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
아무래도 갔다와서 또 정신없다 보니 먼저 연락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나부터 정신 차려서 먼저 연락해줘야지
Cam on Cac ban! ( 고마워요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