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지금부터 우리가 알아볼 라온아띠 멤버는 필리핀 팀의 원지은 양이다. 라온아띠 중에는 그녀를 잘 아는 멤버도 있을테고, 잘 모르는 멤버도 있을 것이다. 잘 알든, 잘 알지 못하든 아마 필리핀에서 보이는 원지은 양의 모습은 국내 훈련과 사뭇 다른 점이 많아 아마 이 에세이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리라고 필자는 기대한다.

 

 그녀가 여기서 어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건 아마 우리가 붙여준 그녀의 별명일 것이다. 그것은 바로 포토제닉”! 이미 라온아띠 싸이 클럽에 투표가 붙여졌을 만큼 그녀는 필리핀 생활 초기부터 신이 내려준 동작과 표정으로 포토제닉의 자리를 항상 호시탐탐 노려왔다. 이제는 우리 팀 중 아무도 대적할 수 없을 정도의 프로 정신을 발휘하여, 하나를 갖추기도 어렵다는 웃긴 동작우스운 표정을 동시에 나타내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때론 진지한 사진에서조차 그녀의 숨길 수 없는 포토제닉에 대한 야망이 표출되어, 팀 활동 사진을 모아 스크랩북을 만들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가끔은 사진 선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가 사진을 고르는 시간보다 사진을 보고 웃고 있는 사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포토제닉 여왕 자리는 더욱 빛나고 있다. 가끔 김희곤이라는 라이벌이 등장하여 포토제닉의 자리가 위태로워 지기도 하지만, 천부적인 타이밍과 포즈로 포토제닉 타이틀 방어에 계속 성공하고 있다. 어디가서 지고는 못사는 강한 승부욕에 우리모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포토제닉의 재능을 찾기 전 한국에서 찍은 셀카를 보면 사진 속의 인물이 지금 우리 옆에 있는 포토제닉 여왕과 동일인물인지 의문이 들만큼 필리핀에서 그녀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 덕분에 우리는 주옥 같은 사진들을 소장하게 되는 영광을 얻었고 우울할 때 그 우울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겨 든든하기까지 하다. 

 그녀를 위한 또 다른 문장이 갖춰져 있다. “막내가 제일 무섭다.” 라는 말. 장유유서의 문화가 뿌리깊은 한국에서 막내라는 지위는, 때론 양보해야 할 것이 많거나 부당한 것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참아야 하는 약자의 입장에 놓일 때가 많다. 하지만 여기, 필리핀 팀에서는 그렇지 않다. 장유유서의 문화가 흔들리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가장 연장자인 강세민씨다. 여자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는 그녀에게 가끔 너무 당연하게 사라져버려, 그 피해자(Victim)보다 주변인들이 오히려 더 놀라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필리핀이 영어를 쓰는 국가라서 이름만 부르는 것이 이곳 문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여기도 오빠라는 의미를 가진 쿠야라는 단어가 항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린다. 하지만 또한 보청기가 필요할 만큼 자기 이름을 듣지 못하는 강세민씨의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또한 알려드린다.) 나이가 어리다고 약간 주눅들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21세기 선구적인 막내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선뜻 먼저 나서서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당당하게 내 뱉는다는 건 필자도 그녀에게서 배우고 싶은 모습 중 하나이다.

 

 물론 이 두 별명으로 그녀를 모두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핸드폰에 있는 남자친구 사진을 보면서 우리모두의 염장을 지르기도 하면서도 은근 시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Day Care Center 에서 한번에 40명 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들과 같이 뛰놀고 웃으면서 노는 모습을 보면 참 순수해 보인다. 팀이 중간에 바뀌어서 국내 훈련 첫날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나는 그때 그녀가 우리 팀에 적응하기 어려울까봐 사실 약간은 걱정을 했었다. (왜냐면 첫날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서울 지리를 모르는 그녀는 강세민씨랑 같이 여의도에 왔는데, 늦었다고 갑자기 냅다 뛰기 시작한 강세민씨를 영문도 모른 채 같이 뛰어 쫓아가야 해서 매우 피곤했던 사실이 있었다. )그 때의 나의 고민이 지금 와서는 내가 그런 고민을 했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만큼 이미 너무나 잘 적응한 그녀의 모습에 내가 뿌듯해지기까지 하다. 물론 우리팀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어려움이 있었을테고, 필리핀에서 적응하는 것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밝은 모습으로 지내는 모습은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같이 에너지를 얻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그녀를 100% 이해하거나 알진 못하지만 그것들을 알아가는 과정도, 함께 지내는 생활도 또한 매우 즐겁다.

윤혜령 지은이가 남다른 포스가 있지~ ㅎㅎ 근데 사진이 아래쪽이 안나와..밑에 포즈가 궁금한데+_+
2009.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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