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지의 스리랑카에는 맨발의 자유로움이 있다!
파견을 앞두고 국내에서 교육 받을 때 송진호 실장님께서 “여러분이 잘 나서 뽑힌 것이 아니라 어딘가 모자라서 어딜 가도 못 뽑힐 사람이라 뽑은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온 마음으로, 심지어 고개까지 내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난 내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니까,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는 잘났으니까!
스리랑카에 ‘살면서’ 이제야 송 실장님의 말씀을 이해한다. 내가 궁긍적으로 원하는 큰 사람이 되는 길은 나 혼자 잘나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었다. 타인의 실수에는 좀 더 관대하고 내 실수에는 좀 더 엄격한 사람이 되는 것, 더디더라도 걸음을 늦추지 않고 한 발자국씩 전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함께 걷는 한 걸음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다.
♥ 맨발의 자유로움
신발은 집안에서만 벗고 생활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있던 내게 스리랑카는 어느 곳에서나 맨발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가끔은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아무 곳에서나 철퍼덕 주저 앉아 더 큰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이토록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내가 있는 이곳이 스리랑카라는 이유가 전부일까? 아마도 스리랑카가, 이곳의 사람들이 내게 주는 마음의 여유로움 덕분일 것이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절대 느낄 수 없었을 자유로움이다.
♥ 당연한 것에 대한 고마움
스리랑카에 살면서 너무 당연해서 그 가치를 몰랐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내게 영원한 아군인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손이 있다는 것 등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려왔던 행복들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대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비로소 한다. 그 즈음 받았던 가족의 편지는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더 실감하는 일이 됐다. 익숙한 글씨체를 마주한 순간 맺히던 눈물, 아빠의 ‘항상 사랑한다.’는 말이 엄마의 ‘늘 사랑하고 믿는 큰 딸’이라는 말이 주는 울림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강민지의 속도로 가기
인생에는 한 가지 길이 없지만 내 또래의 친구들은 이미 사회 생활을 시작했거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책상 앞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스리랑카에 오기 전 스스로에게, 부모님께 말씀드렸던 것이 스리랑카에서 보내게 될 육개월의 시간이 나를 더 큰 사람으로 성장시키리라는 강한 믿음이었다. 그런 내게 스리랑카에서의 일탈같은 일상은 너무 행복하지만 가끔은 내 인생의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의문을 줄 때도 있었다. 와중에 접한 어느 책은 내 선택이 절대 틀린 않았음을 확신하게 해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달팽이가 느리고, 인간이 빠르다는 것이 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자기만의 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했다. ‘달팽아, 너는 네 속도로, 나는 내 속도로 가자. 그럼 우린 잘 가는 거다.’ 강민지야, 너도 네 속도로 가자. 그럼 넌 잘 가는 거다!
뒹굴거리며 책 읽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인데, 어느 누가 뒹굴거리며 책 읽는 즐거움을 방해할 수 있을까. 스리랑카에서 나날은 내게 가장 감사한 순간들인데, 어느 누가 이곳에서의 특별하지만 일상적이지는 않은 나날을 방해할 수 있을까. 내게 손으로 밥 먹는 일은 능숙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낯선 일도 아니다. 서툴지만 손으로 밥과 커리에 ‘빠빠당’을 야무지게 비벼 맛있게 먹는 나는 지금 스리랑카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