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한국인이라고 같을 것도, 외국인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이 곳에 온 지 한 달쯤 됐을 때, 간사님의 한 달 동안의 소감을 말해달라는 말에 불쑥 튀어나온 한 마디였다. 대부분은 외국인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라는 말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굳이 한국인이라고 같을 것도 없다는 말이었다.
라온아띠 4기 태국 팀이라는 이름으로 뽑혀 함께 6개월을 살게 된 사람들, 처음 만난 그 날부터 국내훈련으로 인해 한 달여를 함께 살았고 지금 이 곳 태국에서 함께 산 기간도 3개월이 넘어간다. 처음,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한다는 사실에 '아, 이 사람들과는 정말 가족 같아 지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나자마자 함께 살게 된 우리들 사이에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맞지 않는 부분도 무수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였을까, 처음에 가졌던 생각은 차차 희미해졌다. 그리고 희미해진 그 생각은 '내가 이 사람들과 5개월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이 곳 태국에 정말 우리 다섯 명만 남았다. 문화, 풍경, 언어 정말 모든 게 다른 이 나라에 함께 온, 같은 문화 같은 풍경에서 살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속 시원하게 말이 통하는 유일한 사람들. 이런 상황은 내게 이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야.
다름 너머의 이해
사실은 전혀 같을 수가 없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 낯선 곳에 온다는 생각 때문에 되려 우리를 같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9월,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그리고 서로에 대한 오해로 인해 한 달 동안 두 번의 큰 피드백을 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같을 수가 없는 사람이잖아. 같은 한국인이라고 해서 모든 면이 마음에 들고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 23년간 다르게 살았던 우리가 만난 지 두 달 만에 어떻게 가족이 될 수 있지. 심지어 23년간 함께 살았던 가족마저도 다른 점,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많은데.'
이 생각과 함께 우리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다르다. 정말 많이 다르다. 하지만 '다름'은 정말 말 그대로 다른 것뿐, 누군가 잘못 된 것도 틀린 것도 아니다. 내게 그들의 다름이 느껴지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나의 다름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다름'을 인식하니 '이해'가 왔다. 전보다 조금 더 너그럽게, 부드럽게 우리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벌써, 이렇게 빨리, 어느새 서로 알게 된 지 다섯 달. 여전히 우리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꽤나 즐겁게 지내고 있다. 물론 모든 면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그리고 닮아가면서 이 곳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다시 처음의 생각이 조금씩 떠오른다. 이 사람들과 가족 같아 지겠구나, 라는 생각. 모든 면이 같은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우리는 점점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종종 여전한 다름에 서로 기분이 상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아주 기나긴 피드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조금씩 더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결국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서로의 다름을 느끼고, 우리로 인해 나의 다름을 깨달으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 달라짐은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다름은 다만 우리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다름은 우리에게도, 우리와 태국 사람들에게도, 태국 사람뿐만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만날 모두에게도 존재한다는 것. 우리 모두는 다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