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서 행복하기
나는 지금 태국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 3개월을 살면서 24년 동안 살아왔던 한국, 가족, 친구, 먹고 자고 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다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조금씩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온전히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나도 행복하고 함께 하는 사람도 행복해 진다는 것, 반대로 온갖 선입견 속에 갇혀 스스로 문을 닫아 버리면 모든 것이 힘들고 불행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배웠다. 나아가 지금 이순간 태국에서의 생활은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더 큰 세상을 바라보지 못했던 나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조금 더 크게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눈과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을 돌아 보는 시간 속에서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물론 아직 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고민을 거듭하며 한국에서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던 나에게 ‘지금까지 너무 인생을 안주하며 살았구나’ 반성을 하기도 하고,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며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라온아띠를 만나기 전보다는 인생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라온아띠 를 만난 건 내인생의 ‘행운’이었고, 태국에서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라온아띠라는 공동체
10월 우리 팀 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우린 가족이잖아’ 였다. 우리가 일에 지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맨 처음 우겸 오빠 가 외쳤던 말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마치 주문을 외우듯 내뱉었던 그 말로 인해 우리 팀은 전보다 조금 더 행복을 느끼고, 조금씩 서로 에게 마음을 열고 가족이 되고 있다. 나아가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최대한 많이 나누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피드백을 통해 진정성 있는 대화가 오고 가면서 마음의 문도 활짝 열고 더 많이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지금은 먼 과거 이야기인 것처럼 웃으면서 넘어가는 모든 것들이 그때, 그 순간은 왜 그리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했는지 모르겠지만…^^ 피드백 과정을 통해서 더 많이 가까워 지고 ‘가족’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아졌다. 생각해보면 진짜 가족도 마냥 행복하고 예쁘기만 한 가족은 없지 않은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이끌어 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족’ 이라는 공동체가 형성 되는 것 같다. 라온아띠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각자가 느끼는 생각과 마음은 다르겠지만 그런 점들을 소통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다섯 명 이 공유하고 느낄 수 있는 생각과 감정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우리 다섯 명 은 태국 에서 함께 지지고 볶으며 잘~살고 있다. 우리 팀 의 분위기 메이커 이자 친구 같은 김우겸 오빠, 프안 디 찡찡, 진짜 친구가 되어 가고 있는 조준, 듬직하고 믿음직한 윤경, 이제는 살살 애교도 피면서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현주. 지금 이순간,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고 행복하다 : )
우리, 행복하자
몇 주전 홈스테이 마을에서 보고서 작성을 하면서 우리끼리 웃으면서 던졌던 이야기 주제 ‘다시 라온아띠 단원으로 뽑히면 어느 나라로 가고 싶어?’ 왜 그런 주제가 불쑥 튀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똑같은 질문에 우리 다섯 명 의 대답은 하나였다. ‘태국!’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1200원이면 맛있는 국수를 먹을 수 있고,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2달여의 홈스테이 를 통해 태국의 엄마, 아빠, 동생이 생겼고, 5개월 이란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서의 생활은 의미 있는 시간의 연속이다.
3개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정신 없이 살다 보니 벌써 2010년의 마지막 달,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2달여 남짓.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 동안 이곳에서 나는 ‘좀 열심히, 좀 순하게, 비교하지 말고 그냥 행복하자’ 를 되새길 것 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두 번 다시 하지 못할 가슴 뛰는 순간들, 지금보다 더 온전히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진짜 친구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참 행복했다.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