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2010년 12월인 지금, 한국을 떠나온 지 어언 4달째, 벌써 반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바쁜일들은 잠시 접어두고 이렇게 차분한마음으로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니, 9월 7일 아침, 한국을 떠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이,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다. 아니 그보다 훨씬 전으로 돌아가 한여름, 라온아띠 지원서를 쓰려했던 순간부터의 일들이 떠오른다. 내가 왜 이곳에 오려 했는가, 내 마음에 어떤 울림이 있었는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미경과 망원경
   난 대부분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패턴으로 생활해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부터는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모든 것을 제쳐두고 농구선수생활을 시작하며, 대학교 2학년 때까지의 학창시절을 운동과 함께 보냈다. 내 인생에 있어 학창시절 대부분의 추억들은 이 시간들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지금 라온아띠로써 모두와 함께 걸어가는 이 순간, 이 모든 시간들이 내 마음속 또 다른 곳에서 잊지 못할 경험들과 신선한 충격들, 여러 사람을 만나며 함께한 즐겁고 마음 따뜻해지는 일들로 인해 가슴속에 크게 자리잡아가고 있는거같다. 각자가 바라보고 느끼는 시각에 따라 짧게도 또는 길게도 느껴질 수 있는 5개월이다. 나는 그런 느낌들을 떠나 그저 매 순간 맞이하게 되는 여러 상황들에 꾸준히 충실하며, 있는 그대로를 느끼며 받아드리려고 하고있다. 또한 나는 여러 상황들을 언제나, 현미경처럼 자세하게 그런 동시에 망원경과 같이 멀리 보려는 마음을 잊지않기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라온아띠로써 이곳, 뜨겁고 강렬한 태양아래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또다른 경험들을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거같다. 그리고 난 항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정직과 마음에서 울어나 진실로 움직이는 진정성을 중요시 생각한다.

   진심, 통한다
   이곳 필리핀에서의 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우리와 가장먼저 부딪쳤던 벽이 원활한 의사소통,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서로 답답해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미소를 띄우는 밝은 얼굴로 친절히 대하는 나의 진실한 마음은 그들에게 따뜻하게 통한듯했다.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다 알아듣고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나를 많이 배려해주는 그들의 사려깊은 훈훈한 마음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어떤 순간에 누구와 함께하든지, 마음에서 울어나는 진정성은 더없이 중요하게만 느껴진다. 그 후 점점 시간이 흐르며 이곳에 스며들다시피 적응하여 생활했다. 모두가 함께 열린 마음으로 항상 준비하며 나아가니, 적응에 어려운 점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던거 같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생활은 나에겐 매순간 배움과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사소함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다른사람들을 아끼며 소중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다시한번 뜨겁게 느끼며 가슴속 깊은곳에 새길 수 있었다.

   늘 처음처럼
   물질적으로는 점점 풍요로워지고 있는 지금, 다른 한편으로는 한없이 차가워지고 공허해져 가는 마음을 다시금 내 안에 따뜻함으로, 사랑으로 채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맑고 푸른 하늘만이 나를 비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어찌보면 한동안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는 타성에 젖어있었던 적도 있었다. 타성, 나는 이것이 슬럼프보다도 무서운 것을 알기에 더욱 조심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기 보다는 항상 똑같이 하는만큼만, 그저 구름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모든 것에 무뎌져 가는 감각이 무섭다. 그렇지만 난 여기서 꾸준히 매일 반복하는 일들 중 하나인, 그날의 하루를 기록하고 있는 노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점점 무기력해져 가던 중 그곳에서 빠져나올 구멍을 금방 찾게 된 것이다. 그 안에는 한국을 떠나온 날부터 시작하여 하루하루의 생활모든 것이 적혀있다. 처음 나의 설렘과 두근거림 등 여러 마음가짐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처음 이곳에 서서 그저 경치만 바라보았을 때에 한없이 높기만 하고, 파랗던 맑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들판을 보며 꾸준히 터져 나오는 탄성과 함께 감탄을 감추지 못하였을 때를 기억하니 신기하게도 다시금 내 마음속 두근거림을 찾게되었다.

   멋지게 와닿는 한 마디
   지금까지 100일 남짓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일들이 나와 함께했다. 대부분은 Cabanatuan에서 어린 친구들과 함께 여러가지 프로그램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AURORA에서는 Nanay(어머님)들과의 기억을 빼놓을 수 없겠고, Playan City에서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축제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또 다른 새로운 상황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지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언제나처럼 항상 그곳 친구들이 나와 함께 손을 맞잡고 같이 걸어간다는 것이다. 지금 나에겐 ‘Friends of Asia’라는 말이 너무나도 멋지게 와닿고있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머님들, 할머니 할아버님들까지 나는 점점 모두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고, 그로 인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이곳 친구들 중 누군가 나를 떠올리면, 미소 지으며 함께한 즐거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고 내가 전한 따뜻한 메시지를 기억할 수 있도록 열심을 다해 이곳에서 후회 없는 시간들을 보낼 것이다. 또한 이곳의 기억들을 지금 이루다 말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마음에 짧게나마 되짚어 보자면, 어린아이들이 ‘Ate Soo’를 외치며 다가와 수줍게 내밀어주어 나와 맞잡은 너무나 예쁜 고사리같은손들, 어머님들과 잠시 헤어짐이 슬퍼 눈시울을 붉히며 나눈 뜨거운 포옹들, 매일같이 마주하게 되는 할아버님의 너무나도 인자하신 미소, 또래 아이들의 깨알 같은 웃음소리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이미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 새겨져 있다. 앞으로도 항상 모두를 소중히 생각하며 사랑으로 가득 찬 따뜻한 마음이 언제나처럼 나와 함께할 것이다. 눈부시게 예쁜 아이들과 맑고 높은 하늘을 속에서 다같이 함께 보내는 가슴벅차오르는 매순간에 오늘도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항상 하던 대로 언제나 미소 지으며 모두 다같이 Keep going이다. ^^


이민경 글 잘~ 읽었습니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가 느껴집니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 대단합니다.
청춘, 이는 듣기만해도 가슴떨리는 말~~~
청춘이여 빛을 발하라
201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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