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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아순시온, 그 일곱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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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이곳에서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살이 찐 것 같다는 말이다 -_-(나름 영어권이라서 인지 이곳 사람들의 표현은 정말 직설적이다) 그래서 다들 ‘이곳 생활이 편한가 보다’, ‘음식이 정말 잘 맞나 보구나‘ 라는 말들을 한다. 생각해보면 정말 음식이 잘 맞는것 같다. 전에 인도에 갔을 때를 생각해 보더라도 그때는 음식 때문에 많이 고생했던 것 같다. 원래 워낙 카레를 좋아해서, 처음에는 맛있게만 느껴졌던 다양한 종류의 카레들이(콩카레, 녹두카레, 생선카레, 시금치카레 등) 2주일 정도가 지나자 정말 꼴도 보기 싫어졌었다. 그리고 왠만한 음식에서는 할디(카레파우더)의 맛을 느낄 수가 있어서, 인도의 모든 음식은 카레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곳, 필리핀에서는 음식 때문에 고생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대부분의 음식들이 너무 입맛에 잘 맞아서 접시를 향해 뻗어가는 나의 손을 거두려고 노력한 적이 많다. 물론 대부분 실패했지만 말이다. 아마 그러한 것들이 지금의 이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이 분명할 것이다-_- 그런데 그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 였다. 그들도 요즘 건강해 졌다는 소리를 듣고는 한다. 사실 필리핀에 오기 전에는, 인도에 갔을때처럼 분명히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서 살이 빠질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다이어트를 따로 할 필요 없어서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제는 다이어트를 걱정해야 하다니, 아이러니하다. 필리핀 음식이 그토록 나의 입맛에 잘 맞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무래도,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필리핀 고유의 음식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한국에도 한국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여러 나라의 음식을 고루 섭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로 일상적인 생활에서 매일 먹는 것은 한식이다.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반찬들과 국, 밥인 것이다. 하지만 이곳 필리핀에서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서구식의 음식들과 중국 음식들이다. 이미 내가 익숙해져 있는 음식들이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따따이네 집에서 밥을 먹을 때 가끔씩 약간 입맛에 맞지 않는 야채 조림 같은 것들이 필리핀 가정식이라고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내가 이미 한국에서 자주 먹을 수 있었던 음식들이 나온다. 그리고 내가 필리핀에서 들을 수 있었던 대부분의 노래는 미국의 팝송이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나, 사람들이 가끔씩 흥얼거리거나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들 중에서 필리핀어로 된 것은 별로 없다. 필리핀어로 된 노래가 별로 없는 거냐고 물어보니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팝송이 훨씬 좋아서 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필리핀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들도 대부분 영어나 다른 외국어에서 빌려온 표현들이다. 그래서 현지 언어를 공부한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필리핀어로 대화를 하고 있어도 어느 정도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대충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대체 필리핀 고유의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고유의 것을 지키고 있는 나라가 결국에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는 일본어, 일본음악, 일본 음식, 일본 스타일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한국도 한국어, 한국 음악, 한식, 한국만의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요즘 발전하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자신의 것을 지키고 그 나라 특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결국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나라의 문화들은 주변 다른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가끔은 문화의 상대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망언들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필리핀인들에게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선진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한국 드라마들이 필리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블 방송 같은 것을 보면 거의 24시간 내내 어느 곳에선가는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을 정도이다. TV속에 나오는, 수도인 마닐라를 제외하고는 필리핀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층건물들과 좋은 집들, 여러 문화 시설들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부자 나라라는 이미지는 더욱 굳어가고 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묻고는 한다. 어떻게 하면 필리핀도 한국처럼 잘 살게 될수 있는 거냐고 말이다. 특히 1960-70년대의 필리핀의 경제 성장기를 체험한 사람들은 그 당시 한국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중의 하나였던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하지만 사실 나의 전공이 경영이나 경제에 관련된 것도 아니라서,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하면 거의 제대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구태의연한 말들만 할 수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다른 나라들이 예전에 밟아왔던 단계들 말이다. 정부에서 국내 산업을 장려하고, 보호무역을 실시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면서 무역에서 큰 이익을 남겨 그것을 다시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데 재투자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 말이다. 하지만 거의 정설처럼 믿어지는 그런 단계들이 당연한 발전의 단계인걸까 하는 의문이 최근에 들기 시작한다. 국가 발전의 진리처럼 믿어지는 이론을 추종한다 싶을 정도로 따라온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아니 사실은 예전 도입 초기부터 계속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단계를 밟아온 다른 나라들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다른 발전 방법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뭐라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직은 공부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필리핀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외세 침략의 역사가 길다보니, 자신의 고유의 것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을 것은 분명하다. (필리핀의 외세침략 역사는 우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스페인 330년, 미국, 일본의 지배를 연달아 받았다. Philippines라는 이름조차도 이곳의 존재를 서양에 알린 탐험가인 마젤란을 후원하였던 스페인의 왕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딴 ‘Felipinas( 펠리페 2세의 땅)‘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리핀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곳인 만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서로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분쟁이 일어나 가끔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다양한 문화는 그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다는 것으로, 남들과 차별화 되는 경쟁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귀에 딱지가 내려앉을 정도로 들어서, 새삼스럽지도 않은 ‘세계화(世界化)’라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화(化)'라는 말은 무엇인가가 되어 간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ㅌ? 그것이 완성되어 ’세계(世界)‘가 되었을 때, 그 세계는 과연 어떤 세계일 것인가? 그곳에서 우리는 원래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왠지 모르게 나에게 너무 익숙한 필리핀의 음식과, 음악, 언어, 문화 속에서 나는 가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느 곳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에세이] 아순시온, 그 여섯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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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나는 그 때를 꽤 “재밌었다” 고 회상한다. 요즘 우리의 하루 생활 중 많은 부분들을 함께 하는 스탭은 바로 ‘아순시온의 아이들’이다.세상에 찌들지 않은 순수한 아기냄새가 아직도 강하게 배여나오는 두 살배기 꼬꼬마들부터우리 YMCA Pre- school 유치원에 다니는 연령 다양한 아이들, 그리고 매일같이 집에 찾아와 놀자고 부르는 동네 골목대장 패거리 아이들까지. 원래는 초등학교 아이들과도 같이 지냈었는데 11월부터 영어 수업이 끝나면서 아쉽게도 작별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가는 유치원이 병설 유치원이라 초등학교 아이들과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같이 영어 수업을 받은 첫 날, 그때 받았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조용히 각자 자리에 앉아 필기도구를 꺼내 바르게 앉아 있던 우리와는 달리,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뒤를 돌아봤다, 이야기를 했다, 화장실을 왔다 갔다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책과 공책 필기도구를 가방에서 꺼내놓지도 않는 아이들도 수두룩 했다. 비록 어린 아이들이라지만 난 초등학교 5학년 때 절대 그런 모습이 아니었던 걸 생생히 기억한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그러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건 아주 특별한 상황에만 가능했고 화장실은 손을 들어 선생님께 허락을 맡아야 했고(쉬는 시간에 안가고 뭐했냐는 약간의 눈치를 받으며) 발표를 할 때는 입은 다물고 조용히 손을 들어 선생님이 지명을 하면 일어나 바른 자세로 발표를 했다. 담임 선생님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것들은 비슷했다. 수업시간에 떠들면 어김없이 일명 ‘사랑의 매’ 로 손바닥을 맞곤 했었는데, 이건 뭐 한국 가면 손 바닥에 불날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앞에서 수업을 하고 계시는 데도 자꾸 말을 거는 옆 짝꿍에게 곤란해 하고 있을 때 쯤, 선생님이 칠판에 문제를 내고 풀어볼 사람? 하자 바로 방금 전 나한테 말을 걸던 앞뒤좌우 아이들이 " Ako! Ako!(저요 저요!) “ 왁왁 소리를 지르며 푸쳐 핸썹을 하는 게 아닌가. 얘네들, 칠판에 써진 문제는 제대로 본걸까 심히 걱정이 되었다. 내 걱정이 아주 빗나갔던 건 아니었는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손을 들었던 아이들 중 절반은 정답, 절반은 오답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 아이들의 모습이 충격이었다. 답을 틀린 아이들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전혀 없이 그저 씨익- 하고 웃고 만다. 내가 소심했던 건가. 난 내가 발표한 답이 정확히 정답을 빗겨갔을 때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그 외에도 칠판 앞에 나가 풀이 설명을 한다던지의 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망설임이나 부끄러움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 우리들에게 아이들이 손을 억지로 들어올리거나, 발표 후 얼굴이 빨개진 나에게 "Don't be shy." 라며 토닥토닥 용기를 북돋아주곤 했다. 아이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매를 들지 않는 필리핀 선생님과 자유롭게 떠들고 노는 아이들이 있는 필리핀 교실과 내가 자란 한국 교실은 아주 많이 달랐다. 선생님이라는 위치가 요즘 아무리 무시당한다 해도 유교 문화권 테두리 안에 있는 스승은 여전히 높고 어렵다. 그리고 엄격하리만치 학생들의 바른 태도를 중시하는 것도 그런 영향권 안에 있는 국가들의 당연한 모습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존재하는 교실과 어른과 아이, 상하 위계질서가 각 잡혀있는 예의바른 교실. 처음엔 -필리핀의 모든 것이 우리보다 좋아보이던 그 시절-엔 이 아이들을 보며 한국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자랐으면 그 똑똑한 아이들이 훨씬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무대체질로 살아갈 수 있을텐데- 하고 말이다.하지만 아이들을 3개월 동안 관찰해보니 그렇게 했더라면 절대 우리나라가 이 만큼 성장할 수 없었겠더라. 비록 수업시간에 발표하고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시간은 이 곳 아이들보다 훨씬 더 적게 누렸겠지만, 가나다를 배우건, 영어 알파벳을 배우건, 분수와 소수를 배우건 성실히 노력하고 빠르게 습득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결코 작은 게 아니더라. 한 국가의 자라나는 꿈나무로서, 우리가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지녔던 사명감과 학업에 대한 착한 의무감을 단지 불쌍하다고 가볍게 표현할 게 아니더라. 대학은 고등 교육이니까 어려운 게 맞다. 10년 동안 지겹도록 학교를 다녀놓고도 더 공부하겠다고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이 대견하다. 내가 말한 것처럼 한국 교육이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지만 오늘은 복잡한 다른 문제들은 일단 다 제쳐두고 열심히 사는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가 이 곳에 와서 직접 보니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학생들이 모두 너희처럼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지만, 도망가지 않고 그 치열한 곳에 남아서 하루는 웃으며 또 하루는 울기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멋지지 않니. 추운 수능장에서 몸과 마음을 덜덜 떨던 것 까지도 이 곳 아이들은 평생 겪지 못할 우리들만의 특별한 기억이지 않니. 그러니까 혹여나 억울해 하지 마렴. 나중에는 그 모든 게 참 “ 재밌었다” 고 회상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수능을 보는 지혜 셋째 남동생도, 어제 걱정했다던 물리 시험 꼭 대박나길!(니네 누나는 며칠전부터 초긴장 상태야! ) < Sonlon high school 학생들과 >
필리핀 바기오 여섯번째 에세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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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6. 높고, 넓고, 깊게.. 1) 중간평가 이후. 지난 10월 24일~ 27일 원팀장님과 지혜간사님의 방문과 중간평가 이후에 생활과 활동에 있어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달라졌어요. (잠시동안!) 1기 바기오 팀으로서의 사명감이 생겼고, 무언가 제안하거나 요구하는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중간 평가 이후에 바로 라온아띠 프로젝트 제안서를 준비하면서 연일 계속되는 회의가 피곤하기도 했지만, 완성하고 나니 매우 뿌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2) Community center work 첨부한 사진이 Tuding 지역 Community center 활동 모습입니다. Pig pen 근처에 울타리를 만드는 모습이에요. 현지 관계자 두 분과 우리팀 5명이 땅을 파고, 나무를 깎고, 돌도 캐고, 못질도 하면서 수작업 100%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 ) 3) 추위, 그리고 단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바기오의 날씨. 요즘엔 더 추워졌어요. 한국에서 가져오지 않은 가디건, 니트 들이 왜 이렇게 생각나는지...잠 잘때 행여 감기라도 걸릴까 옷을 아래위로 두세겹씩 껴입고 담요을 세 장이나 덮어도 한파가 느껴져요. 필리핀은 더운 줄로만 알았는데, 바기오는 역시 좀 달라^^ 지난 주와 지지난 주엔 연일 단수가 계속 되었습니다. 몇 일동안 비가 안오고 쨍쨍한 날씨가 원인이었어요.물탱크에 받아둔 빗물이 떨어져서 화장실에 물이 뚝 끊겼습니다. 그나마 에세이를 쓰고 있는 지금, 비가 많이 와서 이젠 걱정 없어요. 이젠 바싹 마르지 않는 빨래 걱정이.. +) 얼마전에 민다나오 YMCA에서 손님들이 오셔서 다바오팀 생각이 어찌나 나던지...ㅠ 다들 보고싶어요♡여섯번째 에세이는 여기까지 입니다.
[에세이] 아순시온, 그 다섯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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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는 하루는 길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뜨겁고도 강렬한 필리핀의 낮이 지나고 고요하고 적막해진 검정색 밤이 오면 우리는 일제히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워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 우리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지?하루 일과를 곰곰히 되짚어보면 마치 어제 있었던 것 같은 아득한 일이 오늘 일이라는 것에 우리는 가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지만 긴 하루들이 촘촘히 모이자 거기엔 짧게만 느껴지는 2달이 있다. 그래, 믿기진 않지만 어느 덧 절반이다. 어느 때,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하는 건지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오늘은 고백한다.한국에서부터 이 곳에 와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코 그게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였다고는 말 못하겠다. 우리가 겪었던 모든 어려움과 갈등, 그리고 거기서도 발견했던 소소한 행복까지 모든 것은 한 길로 통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안다고도 할 수 없고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긴 긴 필리핀의 하루를 힘겹게 꿀꺽 넘겨야만 했다. 각자 그 누구 할 것 없이 고독에 빠졌고, 그것이 타국에 와서 느끼는 감정이 아닌 이 안에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절망하고 힘들어하는 옆 친구를 다독여주지 못하는 나의 작은 그릇을 책망하고. 집 안 모서리 모서리마다 고스란히 배여있던 경계심들이 밖에 나간다고 없어질 리 없었다. 각자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 어루만져주느라 이 곳 사람들의 마음은 만져주지 못했다. 우린 하루하루 여유를 잃어갔다. 왜 하필. 왜 하필.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많고 많은 50명 중 왜 하필, 이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땅땅 내리쳤고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은 어김없이 슬퍼졌다. 한국에서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가던 그 때.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가장 큰 중심이 결국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접했을 땐 너무나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뒤, 우리는 또 한번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 한 사람은 떠났고 세 사람은 남았다. 다섯이 넷이 되고 넷이 셋이 되고. 그 셋은 잘 할 수 있을까. 다섯이서도 삐걱대던 일들을 셋이서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 섞인 질문들에 답을 얻은 건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하는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였다. 그 동안 내부문제로 집중하지 못했던 프로젝트에 돌입한 우리는 그제서야 그동안 몰랐던 아순시온의 또 다른 모습들을 하나 둘 발견했다. 왜 넌 이곳은 할 일이 없다고 불평 했었을까. 지금쯤 한국에 있을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그 답을 얻었다고. 그리고 그건 순전히 우리의 태만함 때문이었다고. 여러 날의 회의를 통해 드디어 프로젝트 주제가 정해지고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한달음에 자료를 구해왔다. 밤새 그 영어자료를 번역하고 제안서, 한글 프리젠테이션, 영어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과정마저 몸은 고통스러웠을지라도 마음은 편안했다. 우리들 스스로도 조금씩 잃었던 여유도 되찾았고 닫았던 마음도 열었다. 그리고 다섯 중에 둘이 없다는 것에서 우리들도 모르게 느끼고 있던 자격지심도 극복했고 셋이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우리는 팀 이름처럼 킹왕짱 다바오팀이 아니라는 걸.킹도 아니고 왕도 아니고 짱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여자 세 명일 뿐이라고.우리는 남겨진 셋이 아니라 처음부터 셋이었다고.셋이서 아웅다웅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네 옆에 있어주겠다고. 그렇기 때문에 우린,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뉴스 클리핑5 - Baguio joins APEC-style "sister c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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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기오시가 10 월 17일 중국 Hangzhou에서 열린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 정상회의에서 도시 자매 결연에 참여하기로 뜻을 밝혔다.Reinaldo Bautista, Jr. 시장은 지난 주 바기오시가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32개국이 협력하는 국제 도시 자매결연 협정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공표했다. 이 협약은 경제협력과 무역, 과학과 기술의 공유, 인적자원 훈련과 산업연수생의 확대, 관광산업과 그에 따른 환경보호 전략, 그리고 이 협약에 가입해 있는 지역들의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강화시킬 것을 서약한다고 시장은 말했다. 또한 그는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달로 세계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런까닭에 선언서는 더 나은 망을 제시해주고, 바기오시를 성장시킴과 동시에 다양한 분야 안에서 시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출처: The Baguio Reporter바기오시가 국제적인, 그 중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하는 서약에 참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는 클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동아시아국가들(중국, 한국, 일본)이 주를 이루던 협약에 필리핀의 바기오시가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은 의미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국가단위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교류가 이루어 지는 것이었다. 이 협약을 통해 바기오시가 세계시장안에서 악영향은 완화시키면서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에세이] 아순시온, 그 네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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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자르며- 여자들에게 손톱은 남자에게 있어서 보다 훨씬 그 의미가 크다. 남자들에게 손톱은 물건을 집을 때, 혹은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순간에나 사용하는 신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여자들에겐 스트레스 해소나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수단이기도 하다. 필리핀에 오기 전 나는 항상 손톱이 길었다. 원래 손톱이 긴 편이라 짧게 자르면 아프기도 했지만 형형색색의 매니큐어 바르는 재미는 내 삶에 기분 좋은 활력소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리핀에선 손톱을 손끝에 바짝 붙여 자르고 있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타를 칠 때는 손가락으로 코드를 잡기위해 줄을 꾹 눌러야 하기 때문에 손톱을 바짝 잘라야 했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손톱을 잘 잘라줘야 했다. 이렇게 시작한 손톱을 깎는 시간. 이 시간은 내게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는 몇 안 되는 가시적인 단서가 된다. 필리핀에 와서 만 10번은 족히 손톱을 자른 것 같다. ‘시간이 가고 있긴 한 거지!’ 장난스런 투정에 너무나 분명히 시간은 흐르고 있음을 말해주는 손톱. 한국이라면 여름이 끝나고 가을도 지나 이제 겨울이 오고 있는 시점. 벌써 철이 3번이나 바뀌었을 시간. 필리핀은 여전히 여름이다. 하늘은 여전히 그 높이 그대로 파랗고, 구름은 뭉게뭉게 하얗다. 야자수도 여전히 푸른색 그대로고, 잠잠한 바람과 뜨거운 태양의 열기도 8월의 첫 그 느낌 그대로다. 물론 사람들의 옷차림도.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다. 새삼스레 한국은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도 너무나 분명히 알 수 있는 곳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일까? 한국 사람들은 시간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벌써’ 라는 말은 입버릇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간다. ‘벌써 여름이야?’ ‘벌써 수박이 나왔어?’ ‘벌써 목도리를 하는 구나’ ‘벌써 연말이네’ 등등. 한국 사람들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조급증도 시간에 대한 민감성과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또 오늘과 같은 필리핀 사람들이 느긋느긋한 것에도 시간에 대한 민감성이 조금은 작용하는 것일까. 확실히 이곳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것 같다. 오늘이 안 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안 되면 또 그 내일 하면 되고. 그렇게 몇 날이 지나고 지나도 하늘도, 태양도, 바람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보는 건 분명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 각자의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각각의 삶 속에서 체득하게 된 삶의 방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테니까. 생각해 보면 ‘문화 상대주의’라는 이름 좋은 포장 때문에 긍정적인 비판조차 못하게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속도를 생명으로 아는 한국 사람으로서 ‘필리핀 사람들은 너무 느려’라고 말 할 수 있는데도 마치 그렇게 말하면 필리핀의 문화와 환경은 전혀 고려도 하지 않는 의식이 덜 된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해 버려야 하는 것이다. 느리다는 사실을 좀 더 다양하게 분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애초부터 박탈 당한고 있는 건 아닌지. 손톱을 깎으며 시간의 흐름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결국은 너무나도 뻔한 결론에 도달했음이 조금은 속상한 마음이 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나래를 펼치다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턱턱 막혀버리는 순간 오면, 혹시나 내가 고정관념에 묶여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기 된다. 갇혀버린 생각이 틀을 깨고 나올 만큼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더 공부하고 생각해야 겠다.
에세이5. 간사님의 방문, 우리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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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주입니다.벌써 여기온지도 두달이 지나가고있네요 이번 2주 동안은 많은 일이 있어서 쓸말이 많아요 ,먼저 ,지난주에 고양이 식구들이 생겼었어요.저희 집 이층에 창문을 열어놨더니 어미고양이가 새끼를 두고갔어요.우유도주고 열심히 돌보며 어미고양이가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커뮤니티 가느라 하루 집을 비운사이에그만, 하늘나라로 갔던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아직 눈도 못뜬 귀여운 고양이였는데 말이죠 . 휴 .그리고 10월 24일은 우리 혜썽이 생일 !커뮤니티에서 맞이하는 생일이라 빵이랑 초를 준비해 어설픈 파티를 하고 ,커뮤니티 분들과 많은 Y식구들이 챙겨주셔서 저희까지 마음 따뜻한 하루였습니다.뭐니뭐니 해도 제일큰 핫 이슈는 드 디 어 방문하신 간사님 _<// 원팀장님과 지혜간사님이 예정보다 일주일 늦게와서 더 손꼽아 기다리던 저희 팀인지라 무지무지 반가웠고 시간도 빨리갔어요 , 떠날땐 다들 아쉬운 마음에 ..중간평가를 무사히마치고 ,여러가지가 차츰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변화들을 기대합니다.커뮤니티 방문도 점점 잦아지고있는데요 간사님이 오신날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저흰 또 공연을 가졌습니다 그것도 두번이나.커뮤니티에서는 간단하게 피노이 아코를 부르고아이들 행사에 다시 한번 어설픈단소와 한복과 춤으로 학부모님들을 찾아뵙고 ㅋㅋ저희 아이템이 또 바닥나는 지경에이르러서 왓다걸스 3집을 앞두고 슬럼프에 빠져들고있습니다 쇄도하는 공연제의에 어찌할바를 모르겠어요 휴 ㅋㅋ아_ 저 머리했어요 !!현경언니랑 현지인 미용실에 도전했는데 역시나 원하던 머리는 바이바이이지만 ㅋㅋ나름 마음에들어서 ,이곳은 셋팅이 유명하다던데 그래서인지 현경언니 머리는 더욱찰랑찰랑.이제 슬슬 프로포잘에 버닝을 하는데 초조하네요 ㅎ간사님 오시는 날이랑 겹치기도 했고 헷갈리는것도 많고 ㅠ다른팀은 준비가 잘되어가는지 .프로포잘을 무사히 마치고 , 좋은결과를 기다리며남은 3개월 부지런히 움직일게요 .ps.1) 윤혜령 간사님도 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 보고싶어요 !!잘지내시는거죠? 2) 사진은 아무리생각해도 제가 이상하게나와서 어쩔수없이 스마일을 ^^.... 머리를 감상해주세요 ㅋㅋ
[뉴스 클리핑] #3. 아기자기한 4일간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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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우리가 아순시온에 온지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즈음, 아순시온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다. 매년 9월 17일 시작하여 4일 동안 계속되는 이 축제는 명실상부 아순시온을 대표하는 축제이자 온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즐김의 장이다. 9월 17일 - 퍼레이드, 청소년 장기자랑, 공무원의 밤(Gov't Official & Employees Night) 첫째 날 행사는 아침에 지역 청소년들(학교)과 각종 기관들이 각자의 깃발이나 플랭카드를 들고 아순시온을 한 바퀴 도는 퍼레이드가 있었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관악대 들이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진행된 퍼레이드는 구경나온 마을 주민들과 퍼레이드에 참여한 주민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훈훈한 분위기 가운데 진행됐다. 아순시온 YMCA 역시 퍼레이드의 꼬리를 멋지게 장식하며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YMCA 한국인 봉사자들은 '비록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이미 아순시온의 한 주민으로서 지역 사회의 행사에 참여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 이었다‘ 며 즐거워 했다. 퍼레이드 후 이어진 지역 청소년의 장기자랑은 꽤 넓은 동네 체육관(농구장과 다용도 무대공간을 가지고 있다)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환호가 계속되는 가운데 치러졌다. 이 행사에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의 댄스 경연과 각 학교별 관악대의 공연이 있었다. 저녁에는 공무원의 밤(Gov't Official & Employees Night) 이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지역 공무원들이 조직한 밴드의 콘서트가 있었고, 또 그들이 짬짬이 연습한 뮤지컬 ‘그리스’공연이 있었다. 공연 중에 나온 귀에 익은 ‘Summer night’ 멜로디와 그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이 공연을 관람한 YMCA 한국인 봉사자 김지은 양은 “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보고 느낀 아순시온 공무원분들은 누구보다도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이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었어요. 지역에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는 그들이 멋지고 바쁜 와중에 공연까지 준비한 저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필리핀의 역량이 이런 곳에서도 확인되네요. 필리핀은 정말 멋진 나라라고 생각해요!” 또 이날은 우연히도 아순시온 시장님의 생일이가도 해서 조촐한 생일 축하 무대도 있었습니다. 햄스터를 닮은 귀여운 아순시온 시장님은 YMCA BOARD MEMBER 이기도 하다. 9월 18일 - 기도회, 복싱경기, 여성의 밤 (Women's night), 따굼 밴드 공연 둘째 날에는 가톨릭 국가답게 기도회 같은 행사가 있었고, 낮에는 필리핀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복싱 경기가 있었다. 저녁에는 여성의 밤 행사가 있었고 따굼(Tagum city - 아순시온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도시, 아순시온은 군의 개념)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와서 콘서트를 열었다. (둘째날 행사는 직접 관람하지 못해서 사진 자료가 없음 ㅠ) 9월 19일 - 부족민의 날(SINAW NG FESTIVAL), 교육자의 날 셋째 날에는 부족민의 날 행사가 오전에 있었다. 이 행사에는 부족민 전통 ‘굿’판이 벌어졌다. 이 ‘굿’은 이 날 있을 카누 경기의 참가자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또 행사장 한 켠에서는 기름을 칠한 긴 대나무에 올라가 깃발을 빼내오는 전통 놀이가 진행 되었다. 기름이 발라져 미끌미끌한 대나무를 오직 손과 발만을 이용해 올라가 깃발을 빼오는 고난이의 놀이였지만 미끌어지면 다시 올라가고 또 떨어지면 다시 올라가는 무서운 집념으로 도전하는 멋진 구릿빛 피부의 필리핀 남자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날 저녁에는 교육자의 날이라는 주제로 행사가 있었는데 이 행사는 아순시온의 선생님들께서 준비한 특별한 무대들이 다채롭게 열렸다. ( 다음날 있을 한국문화 체험과 YMCA의 밤 행사 준비 때문에 저녁 프로그램은 직접 관람하지 못함.) 9월 20일 - 한국 문화 체험, YMCA의 밤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한국 문화 체험 행사가 있었다. 이날은 YMCA 봉사자로 아순시온에 온 4명의 한국인들이 그들의 문화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열었다. 그들은 ‘인절미’라는 한국 전통 요리의 조리 과정을 소개하고 직접 맛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큰 나무판에 찰진 밥을 올려놓고 큰 나무 망치로 때려 떡을 만들어 고물을 묻혀 먹는 음식이었다. 행사를 진행한 박초영 양은 “원래는 볶은 콩가루를 묻혀서 고소하는 먹는 음식이지만 이곳에서는 그 재료를 찾을 수 없어서 부드러운 카스테라 가루를 사용했어요. 기대했던 진정한 한국의 맛은 아니지만 함께 떡매를 치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인절미 만들기 체험’이 끝난 뒤에는 두 파트로 나뉘어 한 팀은 한국 전통놀이를 소개하고 함께 배우는 놀이마당이 펼쳐졌고 한 쪽에서는 페이스 페인팅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소개된 한국 전통 놀이는 투호, 제기차기, 딱지 였다. 투호와 딱지는 아이들과 현지인들로부터 높은 호응이 있었지만 제기차기의 경우는 현지에 비슷한 놀이가 있어서 인지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페이스 페인팅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좋은 반응이 있었다. 그림을 그린 한국인 봉사자 강지혜 양은 “ 학창시절 미술시간에는 펼치지 못했던 저의 미적 감각에 저 역시도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이 저의 그림에 만족스러워 할 때 정말 기분 좋았어요. 가끔 무당벌레를 바퀴벌레로 잘 못 이해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잠자리는 언제나 성공이었답니다. 다음엔 나비를 연습해서 그려 줘야 겠어요. 나비를 요구하는 여자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저녁에는 YMCA의 밤 행사가 체육관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장기자랑과, 한국인 봉사자들이 준비한 비사야(BISAYA-현지언어) 노래, 한국어 노래 무대가 있었고, KIDS 밴드의 멋진 공연이 있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수많은 지역 주민들로 객석은 만원이었고,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 한국인 봉사자들의 무대에 많은 관객의 호응이 있었다. 또한 한국인 봉사자들은 직접 만든 풍선 기둥과 소품으로 무대를 꾸며 주었고, 대학 Y 맴버들이 직접 방문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KIDS 밴드의 멋진 무대는 축제의 마지막 밤을 뜨겁게 달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훈훈했던 4일간의 멋진 축제가 끝이 났다. 비록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이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역 주민들 때문에 아순시온은 매일 물이 나오고, 전기가 끊기지 않는 다른 도시들 보다 풍족한 곳임에 틀림없다. <끝>
[뉴스클리핑] #2. YMCA 풋풋, 드디어 영업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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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 풋풋(pot-pot), 드디어 영업 개시! 한국 YMCA의 Raonatti가 아순시온 지역사회의 개발을 위하여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인 풋풋 드라이버 자립 지원 사업이 10월 15일 지원 대상 풋풋 드라이버들에게 풋풋을 증정하면서,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풋풋(pot-pot)이란 사람의 힘으로 운행되는 이동수단인 인력거(人力車)의 일종으로 릭쇼우(Ricshow)라고도 불린다. 이는 자전거의 옆면에 사람이 탈 수 있는 바퀴가 달린 좌석칸을 연결하여 만드는 단순한 교통수단이다. 주로 단거리를 이동시에 사용되며, 필리핀, 특히 아순시온과 다바오 지역에서는 아주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교통수단이다. 풋풋은 운행하는 방법도 단순하고 풋풋을 운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도 단순히 해당 관청인 무닌시팔(municipal, 필리핀의 지역 단위로 한국의 군정도에 해당)에 등록 신고만 하면 돼서 특별한 기술이나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풋풋 드라이버들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올리는 소득은 100페소에서 최고 200페소 정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풋풋 드라이버들은 자신의 풋풋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풋풋을 빌려서 운행을 하는데, 풋풋을 빌리는 지불하는 돈이 상당해서 그 돈을 제하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하기에도 모자란 금액이 남고는 한다. 그리고 하루를 벌어서 하루를 생활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풋풋을 운행하는 데에 특별한 제약이나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풋풋 드라이버들은 교육 수준이 낮은 편이다. 풋풋 드라이버들의 부인들 또한 교육 수준이 낮은 편이며, 대부분은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의 생계는 아주 빠듯하게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당장의 먹고 사는 형편도 어려운데, 자식들의 교육에 대한 것은 거의 엄두도 낼 수 없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들의 자식들은 부모의 전철을 거의 그대로 밟아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풋풋드라이버들의 실태에 대하여 파악하고, 지역 사회를 개발하는 첫 번째 사업의 일환으로 아순시온 YMCA가 한국 YMCA의 Raonatti팀과 협력하여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 풋풋 드라이버 지원 사업이다. 이는 종래의 일반 지원 단체들처럼 단순히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아순시온 YMCA에서 풋풋을 구입하여 이것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자신의 풋풋을 소유하지 못한 드라이버들에게 대여하고, 이러한 대여비를 모아서 2년 이내에 대여한 그 풋풋을 자신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풋풋 드라이법들은 하루에 40페소씩을 대여비로 내게 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대여료의 2/3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리고 이 금액에는 보험료와 YMCA멤버십 가입비 등도 모두 포함이 되어 있다. 또한 아순시온 YMCA에서는 Raonatti팀과 협력하여 풋풋 드라이버들의 아내들을 상대로 부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과 풋풋 드라이버들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러한 풋풋드라이버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 위하여아순시온 YMCA에서는 지난 2월부터 풋풋드라이버들의 실태조사와 사업운영 계획을 구사해 왔고, 9월부터는 풋풋을 실제로 구입하여 새롭게 외관을 단장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10월 15일 풋풋 드라이버들에게 풋풋을 지급하는 행사게 열리게 되었다. 지원 대상 풋풋 드라이버는 이번 사업 설명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관심을 보인 풋풋 드라이버들을 대상으로 하여 제비뽑기(^^;)를 하여 총 8명의 드라이버를 선정하였다. 행운의 주인공들은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10월 15일의 증정식에는 YMCA 스텝들과, YMCA 이사회 멤버들, 그리고 라온아띠 단원들 등 이 참석하였다. 오프닝 기도는 라온아띠 팀의 김지은 양(22세, 필리핀 명 Cherry)이 해 주었다. 감격적인 증정식이 끝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풋풋 드라이버들은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찬 채, 10월 16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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