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만들기의 최전선을 경험하다!
-라온아띠 4기 필리핀 팀 이동민-
어느 덧 안산의 지명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가 자주 타는 버스 노선의 정류장도 외울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 그저 서울과 수원의 배드타운 기능의 위성도시 정도로 알고 있었던 안산이, 이제는 한국 최초의 정부주도형 계획도시, 때문에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고, NGO의 기능이 활성화된 시민 중심도시 안산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어제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마을 만들기 탐방에 나섰다. 안산에서 비교적 낙후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애착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을 도서관을 만들고, 학교나 주택의 벽을 허물며, 마을 곳곳에 작은 정원을 만드는 등 지역 주민들을 정착시키고 하나로 이어주기 위한 노력들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본오동 ‘꿈을 키우는 도서관(이하 꿈키)’을 찾았다.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지어진 꿈키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의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잘사는 아이들에 비해 사교육의 기회가 적고, 맞벌이에 급급해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이 엇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출발선에서는 뒤쳐질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할 교육의 기회가,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바로 꿈키였다. 어느 작가의 ‘말이 말 탄’ 그림 처럼, 교육의 기회가 풍부한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훗날 지배하게 되는 부조리한 사회를 막기 위한 것이 바로 꿈키였다.
우리는 이곳 본오동의 마을 만들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문항을 만들고, 꿈키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책토론을 기획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수시로 책을 읽어주고, 이 꿈키가 자신들에게 어떤 곳인지 물어보며 대화했다. 하루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이곳 아이들에게 꿈키는 소중한 ‘지식 보금자리’였다.
마을 만들기는 결국 함께하기를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졌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줄지 않는 강력범죄와 물질만능주의는 과연 ‘우리가 정말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가슴 속 깊숙이에서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해체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공동체, 함께하기를 되돌리자는 것이 바로 마을 만들기이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마을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바로 마을 만들기인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제껏 다녀왔던 의료생협이든 혹은 별자리 도서관이든 바로 이곳 꿈키든 상관없이, 보고 배우고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숙제다.